메멘토 모리(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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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쿼바디스>를 보면 네로 황제 시대 로마의 젊은 장군 마커스 비니키우스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개선 퍼레이드를 펼칠 때 월계관을 높이 든 노예가 그의 뒤에 서서 계속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메멘토 모리>란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라틴말로 개선 장군도 신이 아니라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잊지말고 겸허하라는 경구입니다.
주후 79년 베수비오산 화산 폭발로 불과 18시간만에 매몰된 고대 도시 폼페이에서 발굴된 모자이크 중에도 <메멘토 모리>가 있습니다. 언젠가 이탈리아 나폴리에 갔을 때 고고학 미술관에서 본 그 작품은 삼각대 형태의 저울 한가운데 해골로된 추가 달렸고 해골 밑에는 다시 나비와 수레바퀴가 달려있었는데 해골은 죽음을, 나비는 영혼, 수레바퀴는 인간의 운명을 뜻한다는 해설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울 양쪽에는 각각 물건이 매달려 좌우의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는데 한쪽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왕의 홀과 왕관, 보라색 왕복이, 다른 한쪽에는 비천과 가난을 상징하는 거지의 지팡이와 가방, 누더기 등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극단적으로 상반된 두 종류의 삶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똑같은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폼페이의 모자이크는 이미 2천여 년 전 인생의 무상함과 항상 우리 옆에 와 있는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세의 수도사들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메멘토 모리!>라고 인사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경고와 상기로 현실의 삶을 보다 엄숙하게 일깨우려는 <메멘토 모리>가 유럽사회에 가장 진지하게 확산된 것은 14세기 중반 흑사병이 돌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수많은 <메멘토 모리>의 상징과 조각, 그림들이 제작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는다면 <춤추는 죽음>이라는 그림일 것입니다. 어느 가을날 사람들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와 미친 듯이 춤을 추는데 그림은 그들 모두를 해골로 묘사합니다. 아무리 즐거워하며 지치도록 춤을 춰봐야 <죽으면 다 저 꼴이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시청사의 벽시계도 이때 제작된 것으로 <Media Vita in Morte Sumus>(생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항상 죽음에 직면해 있다)는 의미를 통해 가장 두려운 죽음이란 마음의 모든 멍에를 내려놓고 회개할 여유도 없이 졸지에 당하는 종말이라는 뜻에서 자신의 죽음을 보다 책임적으로 관리하고 예비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집니다.
성경에도 <메멘토 모리>의 깨우침은 많습니다.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순식간에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9-12).
지난 금요일 오후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행사장에서 인기 걸그룹의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던 관람객 수십 명이 갑자기 환풍구 아래로 추락해 16명이나 사망하는 끔찍한 참사가 또 벌어졌습니다. 이렇듯 죽음은 언제나 삶과 맞닿아 있지만 우리는 죽음을 너무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삶의 흥을 깨는 유쾌하지 않은 주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과 영원한 운명에 대해 보다 책임적인 존재로 살기 위해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는 일은 대단히 절실해 보입니다.
삼가 판교 테크노밸리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