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군대 폭력의 추억



우리 교회에도 여러 명의 현역병이 있습니다. 민철이, 우재, 관이 …. 요즘처럼 사흘이 멀다 하고 군에서 끔찍한 사건이 터지고 불편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목회자인 제 가슴도 가족들 못지않게 철렁철렁 내려앉습니다. 제가 복무하던 군대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옛날 군대입니다. 그럼에도 군대생활의 기억과 추억은 언제나 생생한데 그만큼 강렬하고 혹독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요즘처럼 무더운 7월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40도에 가까운 땡볕 아래서 죽도록 구보를 하다 물렁물렁해진 아스팔트 도로위에 엎드려 낮은 포복에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반복하다 보면 온몸이 그야말로 뜨거운 물에 푹 삶아낸 나물처럼 흐물거리며 정신마저도 아뜩해집니다. 그러면 여지없이 <동작봐라!>하며 교관과 조교들이 훈련병들의 등을 밟고 뛰어다닙니다. 70kg 쯤 되는 교관의 군화발에 한번 짓밟히고 나면 오장육부가 다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왈칵 쏟아져 나올 듯 고통스럽고 눈앞이 하얘집니다. 결국 어느 날 사단이 났습니다. 저만큼이나 왜소한 체구에 구보에서도 늘 낙오하며 고문관 노릇을 맡아 놓고 하던 이XX 훈련병이 신병훈련 5주차 되던 날 사망하고 만 것입니다. 군이 밝힌 공식 사인은 <유행성 출혈열>, 그러나 저는 지난 4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경남 진주 출신의 그 훈련병이 유행성 출혈열로 사망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물론 그가 무자비한 군대 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 윤일병 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도 제게는 가장 먼저 그 이XX 훈련병의 초췌한 모습과 퀭한 눈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일본군은 모두가 짐승으로 사육됐습니다. 중국에서 일본군이 한창 약진할 때는 병사들 사이에서 중국 양민의 목베기 경쟁까지 벌어졌는데 아베 오장은 중국인 123명의 목을 벴고, 아소 상등병은 124명의 목을 벴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영웅적인 무용담(?)이 온 일본 사회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게 지난 1백 년 동안 일본이 한국과 만주, 중국에서 자행한 죄악이었습니다. 우리 군대의 야만적 전통과 폭력과 구타문화의 전통은 그 뿌리가 다 과거 식민시대의 일본 군대에 있습니다. 일본 군대의 오랜 전통이 고스란히 우리 사회와 군대에 이식되어 군사문화의 말할 수 없는 폐해를 낳았고 군대 폭력의 깊은 폐습을 조장했습니다. 


요즘 독일 군대에서는 병사의 비뚤어진 넥타이에도 장교가 직접 손을 대지 못합니다. 그게 비록 넥타이일지라도 부하의 인격을 존중해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독일이 현대적 개념의 군대를 편제하며 가장 신경을 쓴 지휘원칙은 <상호 간의 인격 존중과 소통을 우선으로 하는 통솔>이었습니다. 독일 군대의 병사들은 지휘관으로부터 <무엇을 하라>는 명령만 받지 <어떻게 하라>는 명령은 받지 않습니다. <어떻게>는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 군대와는 달리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요구도 받지 않습니다. 그게 합법적이고 정당할 때만 복종하고 비합법적이고 부당한 명령일 경우는 오히려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이것은 과거 독일 군대가 히틀러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여 결국은 엄청난 폭력과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게 됐다는 통렬한 반성에서 온 것입니다.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쉬타우벤베르크 대령을 독일 군대의 영원한 정신적 사표로 삼고 장교로 임관하기 전 반드시 그가 총살당한 처형장을 찾아가 헌화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마치 그것은 이스라엘군이 마사다를 찾아가 다시는 나의 조국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리라고 맹세하는 것과도 같은 의식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군대의 폭력성과 후진성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거 일본 군대의 잔재입니다. 그렇지 않은 한 결코 선진 군대, 창조 국방은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릴 수가 있습니까? 죽이고 싶으면 차라리 총을 한 방 쏠 일이지 어떻게 오줌을 싸도록 때리고, 정신을 잃자 링거를 놓고, 다시 정신이 돌아오자 또 때리고 …. 지난 6일 국방부 청사 앞에서 2011년 군복무 중 의문사한 손형주 이병의 어머니 이윤자씨가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절대 자식 군대 보내지 마세요. 법이요 의무라며 잡아갔으면 몸이라도 온전히 집으로 돌려보내야지 이 나라는 그것도 못합니다. 아들 가진 부모들은 제발 다 이민가세요! 아들을 지키세요! 저는 제 아들을 지키지 못한 못난 어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