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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렘(4:20-31)

혼돈

렘 4:20-31


바벨론 군대의 진격의 나팔소리와 망대 위에서 전쟁을 알리는 파숫군들의 경보의 나팔소리가 어지럽게 귓전을 두드리는 가운데 <패망에 패망이 계속되어 온 땅이 탈취를> 당해 <나의 장막과 휘장>이 졸지에 파멸되었다고 합니다. <장막>이란 예루살렘 성, <휘장>이란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킨다고 했는데 예레미야 선지자는 지금 유다의 그런 패망을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을 통해 생생히 보며 신음하듯 탄식하고 있습니다. <내가 저 깃발을 보며 나팔소리 듣기를 어느 때까지 할꼬>(21절). 그런데 문제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유다는 여전히 미련하고 한없이 어리석었다는 것입니다. <악을 행하기에는 지각이 있으나 선을 행하기에는 무지>(22절) 했다고 합니다.


땅이 공허하며

<보라 내가 땅을 본즉 혼돈하고 공허하며 하늘에는 빛이 없으며>(23절).

예레미야는 마치 대재앙이 주제인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지금 자기 눈 앞에 펼쳐진 무시무시한 파국의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마치 창세기 1:2과도 같습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이게 바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기 직전의 상황인데, 예레미야 시대 유다의 사정이 곧 그렇게 창조 이전 상태의 혼돈처럼 모든 게 파멸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큰 산 작은 산들이 다 요동하며 무너지고, 공중의 새들까지도 자취를 감추면서 땅이 슬퍼하고 하늘이 어두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심판은 멈추지 아니할 것이요, 돌이키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공허하고 혼돈한 땅을 <빛이 있으라> 하시며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드시는 창조의 하나님이실 뿐 아니라 또 만드신 세상을 다시 공허하고 혼돈한 상태로 되돌려 놓으실 수도 있으신 심판의 하나님이십니다.


성읍들이 황폐하며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길 이 온 땅이 황폐할 것이나 내가 진멸하지는 아니할 것이며>(27절).

이는 예레미야의 환상 속에 비친 예루살렘의 최후입니다. 기병과 활 쏘는 자들의 함성이 들리면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수풀 속으로 들어가고 더욱 안전한 곳을 찾아 바위에 기어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도 또 어떤 여인들은 붉은 옷을 입고 금장식으로 치장을 하고 눈을 그리며 화장을 하기도 할텐데 그것은 적을 유혹하여 목숨이라도 건지려는 최후의 발악이지만 다 소용없는 헛된 짓일 뿐이라고 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더 빨리 죽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수풀 속으로 피난을 가도, 바위 동굴 속에 숨어도, 짙은 화장을 하고 적을 유혹해도 다 죽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해산을 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숨을 헐떡거리는 여인도 죽이는 자들의 손에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31절). 얼마나 끔찍한 그림입니까? 그랬기에 예레미야가 <내 창자여, 내 창자여!>(19절)하며 고통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유다와는 달리 악을 행하는 데는 더디고 무지하며 선을 행하는 데는 빠르고 지혜롭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파멸과 혼돈으로 심판하시는 여호와의 진노를 반드시 피하게 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