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축구 전쟁

<지구가 둥근 이유를 아는가?>라는 질문에 독일의 한 스포츠 앵커가 명쾌한 답을 내놨습니다. <하나님이 열렬한 축구팬이시기 때문!> 하나님도 팬이라는 축구는 언제나 축구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니 축구는 곧 전쟁입니다. 1969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월드컵 지역 예선전을 치르고 난 뒤 정말 전쟁을 벌였습니다. 엘살바도르가 최종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자 온두라스가 즉각 외교를 단절했고, 이어서 엘살바도르의 공군이 온두라스를 침공하여 공습을 감행하면서 이른바 축구전쟁이 발발한 겁니다. 다행히 미국과 미주 기구가 황급히 중재에 나서면서 4일간의 축구전쟁은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 짧은 100시간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약 4천 명의 희생자가 났고, 수십 만의 난민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양국간의 국교단절과 교역중단으로 경제 위기까지 닥치면서 뼈아픈 전쟁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축구가 전쟁을 멈추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일본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안긴 코트디브아르가 사상 첫 월드컵에 출전했던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직후 주장 디디에 드로그바가 TV에 나와 무릎을 꿇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발 1주간 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주십시오!> 그 방송이 나간 후 놀랍게도 지난 5년간 끌어오던 정부군과 반군간의 치열한 내전이 양측의 전격적인 합의로 종식되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드로그바는 <평화의 사도>, <검은 예수>로 불리며 이번 일본전에서도 신들린 플레이로 드라마와도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아무튼 31일간의 <축구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축구 대전의 열기가 이미 뜨겁습니다. 축구 전쟁에서 살아 남고 또 이기는 나라들은 승리의 기쁨으로 광란에 빠지고 패배한 나라들은 전국민들이 비통함에 빠져 심지어 자살자가 나오기도 하는데 각국 대표팀들의 닉네임부터가 다 무시무시한 군사용어들입니다. 우리나라도 <태극전사> 아닙니까? 


FIFA 랭킹 1위로 지난 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은 <무적함대>, 며칠전 그 무적함대를 5:1로 침몰시킨 네덜란드는 <오렌지 군단>, 독일은 <전차 군단>, 이번 월드컵 주최국인 브라질은 <카나리아 군단>, 이탈리아는 <아주리 군단>, 코트디브아르는 <코끼리 군단>,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자주색 군단>, 내일 새벽 4시 우리와 운명의 한판을 벌일 어거스틴의 나라 알제리는 <녹색 군단>,  스위스는 <알프스 군단>, H조의 최강자 벨기에는 원조 <붉은 악마>, 일본은 살벌한 <사무라이 블루> …. 대한민국 육군 병장 이근호가 지난 러시아 전에서 장쾌한 중거리 한 방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후 거수경례로 현지 팬들의 박수에 답례한 걸 봐도 축구는 확실히 전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FIFA 랭킹 중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 최저(57위) 수준입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고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는 카보베르데(Cabo Verde) 제도(39위)보다도 낮습니다. 그런데도 랭킹 19위인 러시아와 붙어 대등한 경기를 벌이며 승점 1점의 무승부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부탁합니다. 

<주영아, 진정한 스타란 부진을 겪다가도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책임지는 사람이야. 특히 너는 지난 2005년 U-20 대표선수 시절 카타르 도하에서 바로 이 알제리를 상대로 혼자 2골이나 터뜨리며 우리 팀을 승리로 이끌지 않았니? 부디 9년 전의 그 짜릿한 감동을 되살려 내일 새벽 꼭 네가 축구 천재임을 입증해 봐!

 흥민아, 이번에는 지난번 러시아전 때처럼 상대 문전에서 똥볼 차지 말고 레버쿠젠에서 하던 대로 몸에서 힘을 빼! 그리고 꼭 한 골 부탁해!>


축구는 더 이상 축구가 아니라 치열한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