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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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貞觀政要)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당 태종 이세민의 정치철학과 군주의 도리, 인재 등용의 원칙을 기록한 책입니다. <정관정요>가 1천 3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제왕학의 교과서>로 권력을 꿈꾸는 자들의 필독서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책에 나오는 <위징>(魏徵)의 등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위징은 원래 이세민이 태자인 형 이건성과 패권 싸움을 벌일 때 형의 참모로 이세민의 사전 제거를 강력 주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황제에 등극한 이세민이 위징의 인물됨을 보고 전격 등용했을 뿐 아니라 그의 온갖 직언까지도 다 용납함으로써 마침내 태평성대를 엽니다.
6.4 지방선거를 통해 준엄한 민심을 확인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곧 총리와 국정원장 인선을 시작으로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 이어 국가 개조의 핵심인 공직사회 개혁에 나설 것입니다. 저는 박대통령이 이런 일련의 주요 인사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꼭 옛 고전인 이 정관정요를 한번 볼 것을 권합니다. 박대통령은 인사 실패로 지난 집권 초기를 거의 죽 쑤다시피 했는데 이번 지방선거 결과도 그렇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곳은 세종시입니다. 정부 중앙부처 고급 공무원들이 대거 이주하여 유권자 대부분이 공무원 가족들인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야당 후보가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시장뿐 아니라 교육감 역시도 전교조 출신의 진보 교육감이 승리함으로써 여당으로서도 어이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정부에는 더욱 뼈 아픈 일격이 되었습니다. 아니, 정부는 곧 여당이라는 등식이 상식인 마당에 박근혜 정부의 중앙부처 공무원 다수가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니 이게 대체 무슨 반란입니까? 특히 세종시 가운데서도 공무원 세대가 집중되어 있는 신도시쪽 주민의 70%가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니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거듭 밝힌 <관피아> 척결 의지에 대한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투표결과로 나타났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이렇게도 원색적이고 노골적일 수가 있습니까?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목민관> 즉 한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덕목을 밝힌 실천 지침서요 부패한 사회상과 타락한 정치 현실을 민생과 결부시켜 제시한 개혁 지침서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바로 목민관과 아전의 관계입니다.
목민심서는 수령의 지시와 조처가 결국은 아전들을 통해 시행되는 만큼 아전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많은 경우 수령의 의지가 아전들의 훼방으로 좌절된다며 아전들이야말로 나그네처럼 머물다 가는 수령을 자기들의 입맛대로 요리하고 길들이는 데 아주 이골이 난 집단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산은 고질적이고도 대표적인 아전의 농간들을 사례별로 제시하며 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을 찾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관피아 척결 없는 국가 개조는 없습니다. 또 국가 개조 없는 내일도 없습니다. 다행히 지방선거 직후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어 국가 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과연 국가 개조의 싹수가 보일지 어떨지 금주에 단행할 박대통령의 인선을 지켜볼 일입니다.
<너희는 공의를 쓰디쓴 소태처럼 만들고 정의를 땅바닥에 내팽개친 자들이다.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암 5: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