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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야기



조선 후기의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봉이 김선달 설화는 권세 있는 양반, 부유한 상인, 위선적인 종교인들을 통쾌한 풍자와 기지로 골탕먹이는 여러 건달 행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동강 물을 판 일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한 얘깁니다. 


한번은 김선달이 대동 강변의 물장수들을 모아 술을 사주며 자기가 내일부터 나룻터에 앉아있을 테니 물을 한 통씩 길어갈 때마다 엽전 한 닢을 던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이튿날부터 김선달은 나룻터에 앉아 물장수들이 물을 길으며 던져주고 가는 엽전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김선달이 그들에게 미리 나눠 준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양의 상인들이 하나 둘 접근해 그 대동강물을 팔라며 흥정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마다 김선달은 짐짓 손사래를 쳤고 그럴수록 가격은 더욱 올라갔습니다. 거기다 대동강물을 서로 차지하려는 상인들의 욕심까지 더해져 결국은  4천 냥이라는 거액에 대동강물 판매권이 낙찰되었습니다. 김선달은 달랑 가짜 매매계약서 한 장을 써주고 4천 냥을 챙겨 유유히 사라졌고, 상인은 다음날부터 나룻터에 앉아 물값을 받으려 했지만 물장수들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열심히 공짜 물을 퍼갔습니다. 


그런데 그 황당한 봉이 김선달 얘기가 이제는 고전이 아닌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울시가 한강물을 <아리수>라는 브랜드로 시중 수퍼마켓에 공급하는가 하면 제주시도 제주의 용암수를 <삼다수>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널리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수입산인 <에비앙>에서부터 해양 심층수라는 <슈어>까지 마트마다 가득가득 쌓여 있는 온갖 생수 브랜드들이 수십 종에 이릅니다. 심지어는 해외 유명 생수들을 다 모아놓은 생수 전문 샵, 생수 카페, 워터바까지도 성업 중입니다. 이탈리아 루벵 가톨릭대학의 리카르드 페트렐라(Ricard Petrella) 교수는 지금까지는 자본과 정보가 세계에 대한 절대적 지배력을 확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물을 지배하는 기업이 새로운 지상의 제왕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 쉬에즈-리오네 데 조, 다농 등이 그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문제는 그들에게 대항할 힘을 아직은 지구상 그 어떤 정부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이 지구촌에는 마실 물이 없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14억이나 됩니다. 또 20억 이상이 전혀 위생처리가 되지 못한 불결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유엔보고서는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마실 물이 없어 고통당할 사람들이 40억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되는 숫자입니다. 


우리는 물을 가장 풍부한 자원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지구상의 물은 97.5%가 바닷물이고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은 고작 1%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선진국 국민들이 한 해 지구촌에서 소비하는 물의 86%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은 누구도 독점해서는 안 되는 인류 공동의 보편적 자산이며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생존의 필수조건입니다. 흔히 흥청망청 낭비하는 사람들을 두고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정말 그렇게 물을 함부로 써왔습니다. 유엔 개발계획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세계 153개국 중 129위의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이제 <물을 돈 쓰듯> 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물은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셨습니다(창 1:2). 당신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의 생존을 위해 물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은총인 이 물을 잘 관리하고 돌보며 살아야 합니다. 물을 독점하거나 이기적 욕구를 위해 남용하거나 오염시키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절약하며 나누며 선한 물의 청지기들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