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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의 용기

재기의 용기


쓰라린 실패의 경험, 모진 영혼의 아픔은 늘상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동안 바친 시간이나 노력으로 봐서는 지금쯤 뭔가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건진 게 없을 때 우리는 크게 아쉬워하고 허탈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흔히 우리의 <재기의 의욕>을 꺾어 놓습니다. 


베드로 일행은 이미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음에도 여전히 예수운동을 새롭게 전개할 의욕과 용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사건과 자신들의 주님 배신의 트라우마가 너무 컸던 탓입니다. 이제는 심지어 자신들의 옛 직업이었던 고기잡이에서마저 실패하고 정말 용기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게 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여기서 채이고 저기서도 채이다 보면 주눅이 들고 얼이 빠져 평소 잘하던 것도 더는 못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또 그런 사람은 혹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그것을 잡을 현명함이나 끈기, 인내를 가질 엄두조차 못 내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실패의 현장, 절망의 자리에 주님이 나타나셔서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밤새 고기잡이를 한 사람들이 배 오른편이라고 그물을 던져 보지 않았겠습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배 오른편에 그물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곧 그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나 스펙, 그리고 그간의 수고를 절대시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스스로의 부족을 인정하는 겸손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대개 교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과 경험만을 내세우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주장만을 고집합니다. 반면 제자들은 그 실패의 수렁에서 자기들을 건져내 줄 구원의 밧줄을 잡을 줄 알았습니다. 흔히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성숙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고집스럽게도 만듭니다. 실패에서 겪은 모진 아픔이 그런 부정적인 경험의 차원을 뛰어넘는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신념을 지레 포기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운동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 실패의 경계선을 훌쩍 넘어서는 믿음, 마냥 자신의 경험 속으로만 움츠러들지 않는 열려 있는 마음을 요구합니다. 그게 바로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사는 이 시대 모든 인생들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길임을 깊이 깨달을 일입니다. 십자가 사건 이후 선뜻 예수운동 재개에 나서지 못했던 베드로는 그날 새벽을 깃점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을 바치는 결단을 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한 결과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고 실패와 좌절과 회의에서 온 무기력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의 주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오십니다. 우리가 인생살이에서 그 어떤 실패를 경험했든, 내 삶에 그 어떤 쓰라림이 있었든 그것을 내세우지 말고 그것에 발목 잡히지도 말고 무엇보다 먼저 주님이 격려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한계가 분명한 자기 자신의 지식과 경험 따위에 의지하기 보다는 온전히 마음을 비우고 우리 영혼에 속삭이시는 세미한 주의 음성을 들으라는 것입니다. 새벽 미명에 이슬처럼 맺히는 그분의 음성에서 인생사 온갖 좌절을 딛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으라는 것입니다. 밤을 새며 혼신의 힘을 다했음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어 낙심될 때 주님은 우리에게 찾아 오사 결코 희망을 꺾지 않게 하십니다. 막혔던 기도가 폭포수처럼 터지게도 하시고, 넘치는 활력으로 우리의 영혼을 소생케 하실 뿐 아니라 분노의 파도를 잠재우사 다시금 열정과 부드러움을 회복하게도 하십니다. 


부디 이 엄혹한 실패와 좌절의 밤을 주님으로 말미암아 잘 이기시고 재기에 꼭 성공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