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가룟 유다를 위한 변명

몇 년 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공개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다복음>은 소위 <외경>(外經)이 아니라 <위경>(僞經)입니다. 외경(Apocrypha)은 비록 정경(正經 Canon)으로는 채택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신학적인 혹은 역사적인 연구가치가 높은 문서를 말하나 위경(Pseudepigrapha)은 그야말로 경전을 흉내 낸 가짜 문서를 뜻합니다. 그런데 개신교는 신구약 성경전서가 66권인데 반해 가톨릭은 1546년 트랜트 회의에서 이 66권 외에도 토비아서, 유딧서, 마카비 상, 마카비 하,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등 7권의 구약 외경들을 정경에 더 포함시켰습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기독교의 위조문서와 유물들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주님의 피 묻은 수의와 주님 동생 야고보의 유골함 등도 다 가짜라는 판명이 났습니다. 그러나 유다복음의 경우 내용은 위경인 게 분명하나 한참 후대에 만들어진 사기문서는 아님이 확실합니다. 애리조나 대학이 유다복음의 파피루스와 사용된 잉크를 탄소동위원소연대측정법으로 조사해 본 결과 주후 220년에서 340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주후 180년 리옹의 교부 이레네우스가 쓴 <이단에 맞서서>라는 논문에 이미 이 유다복음에 대한 비판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들은(영지주의자들) 그들이 주장하는 바의 효과를 위해 날조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를 ‘유다복음’이라 이름붙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다복음의 집필 시기가 주후 180년 이전일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 집니다. 


유다복음은 주님이 유다의 배신 덕분에 십자가에 못 박혔고, 또 그로 인해 모든 인간의 죄를 사하셨으므로 가룟 유다야 말로 가장 희생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수행한 진정한 사도였다는 게 그 주요 내용입니다. <너는 다른 이들에게 저주받는 사도가 될 것이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큰 시련을 겪게 되리라. 네 별의 광채가 다른 별들을 무색케 할 것이니 너는 누구보다도 큰 사람이라.> 


그렇다면 유다복음은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기록하고 또 복음이란 제목을 붙였을까요? 학자들은 유다복음이 3세기경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영지주의(靈智主義 Gnosticism)의 작품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스어로 <지식>이라는 뜻의 그노시스파는 심오한 영적 지식을 통해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초대교회 시대의 이원론자들이었는데 바울과 교부들은 이들을 단호히 배격하며 이단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유다복음을 이들의 문서라고 보는 이유는 영지주의자들의 핵심적인 사상인 가현설(假現說 Docetism)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다른 제자들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입고 있는 이 육신을 벗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다복음의 저자가 예수님의 인성을 완전한 육체가 아닌 단지 신성 위에 잠시 걸친 외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대목입니다. 영지주의는 주님의 인성을 부인하며 단지 육체처럼 보였을 뿐 진정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영지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하버드대 카렌 L. 킹 교수도 유다복음을 주후 2, 3세기경 초대교회 교부들과 영지주의자들 사이에 벌어진 신학적 논쟁의 산물이라고 보며 이렇게 묻습니다. <예수의 죽음이 신의 계획이었다면 유다의 배신 역시도 신의 계획 중 일부였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다는 과연 배신자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을 가능하게 한 공로자인가?> 


그렇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사건에는 분명 유다의 배신이 개입됐습니다. 그러나 그의 배신이 곧 십자가의 원초적인 동인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유다의 싸늘한 배신의 키스 없이도 얼마든지 인간 구속의 사역을 완성하실 수 있었습니다. 즉 유다의 배신이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가 필연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유다복음의 중대한 모순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님이 아닌 유다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다복음은 그 내용의 진위는 차치하고라도 예수님이 아닌 가룟 유다를 위한 변명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복음서의 기본 형식조차도 갖추지 못한 위경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의하면 현재 스위스에 보관돼 있는 이 유다복음이 곧 그 문서가 처음 발견된 이집트로 돌아가 카이로의 콥트어(고대 이집트어) 박물관에 소장될 예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