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44513",
  "title": "소치와 평창의 애증(愛憎)",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14-02-22T17:30:04",
    "original_updated_at": "2014-02-22T19:50:51",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 class="p1"><span>소치 동계올림픽이 현지 시간으로 오늘, 우리 시간으로 내일 새벽 폐막됩니다. 대한민국과 러시아, 소치와 평창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다시 한 번 애증 관계임이 확인됐습니다.</span><span> </span><br></p>
<!-- paragraph:p0002 -->
<p class="p2"><br></p>
<!-- paragraph:p0003 -->
<p class="p2">조선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1896년 고종이 현재 정동 CCC회관 자리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사건인 &lt;아관파천&gt;(俄館播遷), 그것은 치욕적이었습니다. 왕이 제 집을 버리고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한 마당에 무슨 나라를 지킬 힘이 있었겠습니까? 러시아가 일본을 향해 &lt;잠깐!&gt;하고 막아준 덕분에 급한 불은 껐지만 본디 공짜란 없는 법, 파천 이후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도와주고 왕실을 지켜줬다는 명분으로 삼림채벌권이며 석탄채굴권 등을 요구하는 등 온갖 이권을 다 약탈해갔습니다. 그후 1945년 광복에 이은 남북분단과 6.25 전쟁, 그리고 계속되어온 이데올로기의 대립과정에서 양국은 그야말로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릭픽에는 우리가 불참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는 러시아가 보이콧했습니다. 2007년 7월 3일 중앙 아메리카의 과테말라시티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가 열렸습니다. 총회 하루 전날 대규모 수행원들을 이끌고 나타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전방위 공세를 펼치며 득표전에 나서 결국은 자크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lt;소치!&gt;라는 지명이 튀어나오게 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는 분명 평창이 1위였습니다. 그러나 과반에 못미쳐 2차 투표에 들어갔는데 결국 이번의 김연아 선수처럼 소치에 역전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소치에 패한 것이 아니라 푸틴에게 진 것입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은 하계 동계를 통틀어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이었습니다. 외신들은 5백억 달러(53조원) 이상 들었다고 전합니다. 사실 동계올림픽은 돈잔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계올림픽을 &lt;돈계 올림픽&gt;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합니다. 유럽 언론들은 벌써부터 소치올림픽이 향후 러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거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소치는 이번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3월에는 패럴림픽, 6월에는 G8 정상회의, 2018년에는 다시 월드컵이 개최되어 또 한 번 우리 선수들이 소치 땅을 밟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해 겨울 평창에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개막됩니다.</p>
<!-- paragraph:p0004 -->
<p class="p2"><br></p>
<!-- paragraph:p0005 -->
<p class="p2">이번 소치에서 우리 선수들이 다소 부진을 보인 것은 굳이 우리가 못해서라기보다는 경쟁국 선수들의 기량이 지난 번 보다 더 나아진 탓입니다.  실제 모태범의 경우 4년전 밴쿠버 때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고도 4위에 그치지 않았습니까? 사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 스포츠인 겨울 스포츠가 그리 대중적이지 못합니다. 시설도 훈련도 제한적이고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소치에서 올린 우리 선수들의 성적만 해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입니다. 3000m 계주에서 보여준 심석희 선수의 짜릿한 역전 질주에 선수들도 울고 지켜본 국민들도 모두 울었습니다.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달린 박승희 선수의 투혼도 승부의 세계가 얼마나 가혹하고 또 아름다운가를 보여준 가슴 저린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그동안 척박했던 썰매 종목이며 설상 종목들도 이번에 모두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심었습니다. 특히 컬링은 올림픽 첫 무대에서 일본을 제압하고 홈팀인 러시아에 이어 미국까지도 잡으면서 값진 3승을 올렸습니다. 4년 후 평창에서는 이런 모든 종목에서 더욱 당당해진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p>
<!-- paragraph:p0006 -->
<p class="p2"><br></p>
<!-- paragraph:p0007 -->
<p class="p2">그러나 화제의 중심에 섰던 대한민국의 아들 안현수가 예상대로 다관왕이 되어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러시아 국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며, 누가 봐도 우승이 확실했던 김연아 선수가 결국은 준우승에 머물고만 편파판정 시비 등은 우리의 가슴에 거듭 소치에 대한 애증을 각인시켜 폐막식은 아무래도 개막식에서 보여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lt;백조의 호수&gt;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속담에 &lt;불운을 두려워하는 자는 행운을 맛볼 수 없다&gt;는 말이 있습니다. 4년 후 평창의 영광을 위해 소치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입니다.</p>
<!-- paragraph:p0008 -->
<p class="p2"> </p>
<!-- paragraph:p0009 -->
<p class="p1">












</p>
<!-- paragraph:p0010 -->
<p class="p2">끝으로 평창올림픽 관계자들에게 하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혹 Pyongyang과 Pyongchang을 잘 구분하지 못해 북한으로 가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달라는 것. 제가 너무 친절했나요?</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