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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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구월이가 저희 집에 온지 꼭 1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생후 52일 만에 분양받아 품에 안고 왔으니 구월이도 어느새 13년 2개월이나 됐고, 개들의 평균 수명이 10-15년임을 감안하면 이제 저희 곁에 머물 시간도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 않습니다. 구월이는 말티즈종 암컷으로 9월에 왔다하여 그렇게 부르게 된 우리집 반려견인데 요즘들어 부쩍 기력이 떨어진 느낌입니다. 귀는 청력을 거의 잃었고 지난 봄 턱 아래 혹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성질도 많이 괴팍해졌습니다. 화도 자주 내고 잘 삐지고 괜히 오랫동안 짖기도 하고 침대에서 함께 자는 예지는 밤새 보채는 통에 잠을 설치기도 일쑤입니다. 귀가 먼 이후에는 반응이나 행동이 더욱 이상해졌습니다. 자주 소스라치게 놀라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엎드린 자세로 고개를 들고 몇십 분씩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저 작은 생명이 갈수록 애처롭고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사람보다 훨씬 짧은 개들의 수명,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아픈 곳도 많아지고 또 아플 때는 치료와 간병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반려견은 외로움과 두려움도 많이 느낍니다. 개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같이 있어줘야 하고 같이 놀아줘야 합니다. 구월이를 혼자 두고 집을 나갈 때 그 슬픈 눈빛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먹먹하고, 돌아왔을 때 좋아서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을 볼 때도 매번 가슴이 쓰립니다.
반려견은 15년 남짓 사는 동안 전적으로 사람에게 그 생존을 의지합니다. 그럼에도 저희 집의 경우 구월이에게 참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3년간 오로지 좁은 집안에만 가둬놓고 낮이면 텅 빈 방안에 구월이 혼자만 있게 했지 산책도 한 번 제대로 시킨 적이 없습니다. 가끔은 데리고 나가고 싶어도 금새 익숙해져서 시도 때도 없이 나가자고 조를까봐 아예 그런 건 없는 것으로 길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덜 사랑하고, 운동시키지 못하고, 더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해 노쇠가 빨리 온 것 같아 생각할수록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자주 <내가 어쩌자고 개를 키운 것일까 아무리 아이들이 원했다 한들 애틋한 정서도, 끝까지 성실할 자신도 없으면서 어쩌자고 구월이 같이 늘 사랑에 굶주려 외로워하는 개를 덜컥 데려 왔단 말인가> 하며 후회하곤 합니다.
반려견은 결코 인형이 아닙니다. 사람처럼 그들도 행복할 권리를 가진 생명체입니다. 요즘 저는 새벽마다 구월이가 여기저기 지린 똥오줌을 닦고 치우며 가슴 아픈 일이지만 구월이와의 이별 연습을 조금씩이나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헤어짐이란 아무리 반복하고 연습을 한다 해도 누구에게나 익숙해지지 않는 모진 슬픔입니다. 흔히 반려견의 죽음을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라고 표현합니다. 구월이와의 교감을 누구보다 장담해 온 저로서도 과연 구월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전에 보낼 마지막 신호를 내가 알아챌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 점만큼은 더욱 신경을 써 살피려고 합니다.
<구월아, 고마워!
넌 지금도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비척거리며 나와 꼭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하고 다시 네 자리로 돌아가 쉬곤 하지. 구월아, 널 끝까지 지켜봐 줄께! 너도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살아줘! 미안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