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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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난 2010년 4월 만우절 때 교보문고 북뉴스 사이트에 올라온 <무라카미 하루키, 5월에 한국 오다>는 기사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팬 사인회에 들고 나갈 그의 책들을 챙기다 결국 속은 줄 알고 몹시 허탈해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180만부가 팔린 <1Q84>이후 3년 만에 다시 그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출간됐습니다. 하루키 스타일답게 제목이 특이하고 아주 깁니다. 유난스런 장마와 무더위에 지쳐 모두가 헉헉거리고 있는 요즘 그래도 서점가만큼은 하루키의 신작 열풍으로 때 아닌 활기에 넘쳐 보입니다. 이 책은 이달 초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벌써 몇 주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평일 대낮에도 하루키의 신간을 사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니 이 만큼의 구매력을 가진 작가가 하루키 외에 또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하루키는 세계적으로 아주 두터운 독자층을 구축한 작가지만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 독자들의 충성도가 특별한 것은 사실입니다. 70여 종에 달하는 그의 작품이 빠짐없이 다 번역됐고, 누적 판매수도 1천 3백만 부를 넘어섰다는 게 출판계의 추정입니다. 심지어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인문학적 여백을 읽자는 취지로 강좌까지 개설됐습니다. 한국경제TV가 8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그 숲으로 들어가다>라는 주제로 런치 인문학 강좌를 기획해 개인적으로는 몹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무라카미 하루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한 듯 보입니다.
간결하고도 세련된 문체와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의 정서를 단골 소재로 전 세계의 젊은이들로부터 무한한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낸 작가 하루키(64), 그가 지난 30년 동안 눈물겹게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 저리게 우리의 감성을 어루만져온 작품들은 하나 같이 빼어난 수작들입니다. 특히 1987년에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 내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단숨에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킨 명작으로 꼽힙니다.
2002년에는 <해변의 카프카>가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더욱 국제적 명성을 높였으며, 3년 전에 발표된 전 3권의 <1Q84>는 세계적인 하루키 열풍에 더욱 불을 지핀 역작입니다. 저는 <1Q84>야 말로 작가 하루키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하루키 소설의 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상실의 시대>는 전 세계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인식될 만큼 젊은 세대들에게 하루키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지대하게 공헌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의 자서전적 작품입니다. 하루키는 그 책에서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며 작가인 자기에게는 글 쓰는 재능이 없어 매일같이 죽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남을 따라갈 수 없다는 고백을 합니다. 하루키의 풋풋한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그가 스물아홉 살 때 쓴 데뷔작입니다. 주인공인 <나>와 <쥐>의 대화가 소설의 핵심인데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가벼운 말장난 같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무시무시한 진지함이 몹시 인상적입니다. <왜 맥주 같은 걸 마시는 건데?> <맥주의 좋은 점은 말이야, 전부 오줌으로 나와 버린다는 거지. 원 아웃 1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거야.>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요 2, 3년 내 반드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거라 예상합니다. 내기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