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과 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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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육제(謝肉祭)라 부르는 유럽과 남미 국가들의 카니발은 금욕과 절제의 기간인 사순절(四旬節)을 앞두고 <고기와의 이별>이 아쉬워 벌이는 축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브라질의 리오 축제가 어제 개막되어 나흘간의 열광적인 퍼레이드에 들어갔습니다. 삼바 축제라고도 하는 리오 축제는 삼바학교에서 일년 내내 준비하는 완성도 높은 연출로도 명성이 높지만 가장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축제로도 유명합니다. 짙은 분장에 선정적이고도 현란한 옷차림을 한 모델들과 남녀 무용수들이 대형 인형을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하며 벌이는 열정적인 춤판은 원래 40일간의 금욕기간인 사순절 직전 마지막으로 한 번 실컷 먹고 마시고 춤추며 즐기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종교적 축제였습니다만 오늘날에는 가장 상업적인 세속 축제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브라질 당국은 올해도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돔 애용(?)을 호소하며 카니발 기간 중 무려 8천9백만 개의 콘돔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라틴어 <카르네 발레>(carne vale 고기여, 안녕)가 어원인 카니발은 이렇게 삼바춤으로 <지상 최대의 쇼>를 펼치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 외에도 가면 축제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 피렌체 카니발, 또 꽃마차 퍼레이드로 유명한 프랑스 니스 카니발과 캔디 축제인 독일의 쾰른 카니발, 스위스 바젤 카니발 등이 유명한데 나라와 지방에 따라 시작은 달라도 끝나는 날은 언제나 금주 화요일인 <기름진 화요일>(gras mardi>로 정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 곧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은 매년 부활절로부터 역산하여 6번의 주일을 뺀 40일간의 고난기간을 말하며 항상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재 위에 앉아 회개하는 날이란 뜻의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됩니다. 사순절을 가리키는 영어의 <렌트>(Lent)나 독일어의 <렌쯔>(Lenz)는 다 고대 앵글로 색슨어 <Lang>에서 유래된 것으로 <봄, 만물의 소생>이란 뜻을 가진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40일간의 기념일>이란 뜻의 희랍어 <테살코스테>를 번역해 <사순절>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참 고색창연한 기독교 전통입니다. A.D. 325년 저 유명한 니케아 회의에서 제정한 것이니까 1천 7백년이나 된 유수한 절기인데, 처음 수 세기 동안은 이를 매우 엄격하게 지켜 하루 저녁 한 끼만 먹으며 술과 고기, 심지어는 우유와 달걀까지도 금했고, 가무와 일체의 오락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8세기 이후에는 이런 규정들이 다소 완화되었는데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은 이를 더욱 간소화하여 지금도 개신교보다는 가톨릭 쪽이 훨씬 더 빡셉니다. 금식과 단식, 기도와 고행이 강요되기 때문에 사제들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힘든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교회가 이렇게 부활절을 앞두고 40일간의 고난기간을 설정한 것은 주님이 광야에서 40일동안 금식하시며 고행하신 행적에 그 기원을 두고 있지만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40>(四旬)이란 성서적으로 매우 소중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스라엘은 40년간 광야를 유랑했고, 모세는 애굽에서 40년, 미디안에서 40년, 광야에서 40년을 보냈고, 시내산에서는 40일간 금식한 후 십계명을 받았으며, 또 주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기간도 40일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그 40일간의 자제와 근신의 절기가 다가왔습니다. 사육제의 열광적인 쾌락과 사순절의 참회, 그리고 부활절의 거듭남이야말로 우리 인생들의 순례 여정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디 이번 사순절과 함께 우리의 모든 힘든 국면들이 다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또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하나님의 더 큰 꿈을 가지는 결단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고난과 시련의 사순절이 지나면 대망의 부활절이 있음을 기대하시며 저 겨울의 끝자락 너머로 오고 있는 봄의 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