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구제역 재앙 제2막

동양의 고전인 왕양명(王陽明)의 <대학문>(大學問)의 한 구절입니다. <새, 짐승이 슬피 울고 떠는 것을 보아도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 새, 짐승이 무엇이냐 오히려 아는 힘이 있는 물건이다. 풀, 나무가 베이고 꺾여지는 것을 보아도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 풀, 나무가 무엇이냐 오히려 살자는 뜻이 있는 물건이다.>

지난주 23일 <동물사랑실천협의회>가 공개한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라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대원면의 두 매립지에 무려 1,900마리의 돼지가 산 채 매장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8분여 분량의 그 영상물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생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깊이 판 구덩이 속으로 산 채 포크레인에 떠밀려 떨어지는 돼지들의 단발마의 절규가 영상에 가득하고, 좁은 구덩이에 수백 마리를 쓸어 넣어 깔려 죽는 돼지들의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다 나중에는 꺼이꺼이 울기까지 했습니다. 너무도 잔인하고 야만적인 가축들의 집단살육 현장, 소도 돼지도 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체입니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갖은 방법으로 사육되다 그나마 병이 들자 쓰레기처럼 산 채로 갖다 묻는 저 가공할 죄악을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나치가 유대인 6백만을 가스실에 몰아넣고 독살했다면 우리는 지난 겨울 이 땅의 소,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880만 마리를 살처분하거나 생매장했고, 이로 인해 이제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살처분 당할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이미 가디언, AFP, 르몽드 같은 해외 유명 통신사와 일간지들이 연일 이 나라의 야만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럴 수는 없습니다. <생매장 돼지> 동영상은 포털 사이트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이며 그 윗선의 의사결정자들, 국회의원, 대통령까지도 꼭 한 번 보시라! 특히 정치권에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비록 미물이지만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던 무고한 생명 1천만이 살처분 되고 있을 때, 더는 묻을 곳이 없을 만큼 전국적으로 가축들의 생매장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당신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밤낮 국회에서 혹은 장외에서 당신네들 만의 싸움, 당신네들 만의 밥그릇 다툼에 열을 올렸지 언제 구제역 대책을 위해 그 흔해터진 특위라도 한 번 구성한 적이 있었던가요? 애지중지 키워온 소를 <양성인지 음성인지> 확인해 보지도 못한 채 반경 3km 내에 있었다는 이유로 모조리 생매장 당한 한 농민이 <나도 소와 함께 묻어 달라!>며 울부짖던 그 피맺힌 절규를 들어보기라도 했던가요? 

이제 구제역 재앙 제2막이 올랐습니다. 혹한 속에서 생매장 당한 가축들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매몰지들이 침하하고 땅이 갈라진 틈으로는 가축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샛강과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4천여 곳에 생매장된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이 침출수, 악취와 함께 <나 여기 묻혔다>며 죽음의 흔적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구나 오늘 내일은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지금 정부와 민간이 초긴장입니다. 매몰지가 빗물에 유실되어 가축들의 사체가 대량으로 들어날 수도 있고, 생매장당한 소 돼지의 피가 넘쳐 4대강이 붉은 강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발생해 초동방역 실패로 전국을 휩쓴 구제역 쓰나미는 결국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낸 저주에 다름 아닙니다. 순리를 무시한 공장식 사육방식이 신종플루와 구제역 같은 동물 재앙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더구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감염될 우려가 있다 하여 산 목숨을 죽이고, 또 죽일 인력이 부족하다 하여 산 채로 매장하는 인간의 권리는 대체 누구에게 받은 것일까요? 저는 오늘도 자연과 창조주 앞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인간의 탐욕 때문에 사육되다 뜻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졸지에 생매장당하는 가축이 없기를 ….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으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라>(창 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