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바이러스 3종 세트

올 겨울은 정말 혹독합니다. 연일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전국은 지금 <바이러스 재앙>으로 죽을 맛입니다. 구제역에 조류독감과 신종플루까지, 그야말로 제철만난 겨울 바이러스 3종 세트가 거의 통제 불능상태에 빠진듯 합니다. 소나 돼지, 양, 염소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게만 발생한다는 구제역, 그러나 무슨 희귀한 괴질도 아니고 신종 바이러스도 아닌데, 지난해 11월 29일 안동에서의 확정 판정 후 오늘로 벌써 48일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매몰된 소와 돼지가 이미 160만 두를 넘어섰고, 조류독감 오리까지 합치면 무려 180만 마리도 더 되는 가축이 살처분을 당해 우리나라 축산업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국고 지출도 1조 1천억 원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유래 없는 구제역 재앙으로 추위와 싸우며 방역과 살처분에 매달리는 현장 공무원들도 딱하고, 
자식처럼 키워온 소와 돼지를 하루 아침에 생매장해야 하는 농민들의 고통과 충격 또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상에는 각종 <구제역 괴담>과 <음모론>까지 난무하고 있습니다. <미국 축산업계가 비행기를 동원해 한국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살포했다>, <쇠고기 전면 개방을 위한 정부의 의도적인 소행이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늘리려고 일부러 방역을 대충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시기가 지난해 11월 한미 FTA 타결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런 괴담들이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심지어 <미국 축산업계의 사주를 받아 북한이 전국의 간첩망을 통해 조직적으로 구제역을 전파하고 있다>는 황당한 <북미합작설>까지 나돌자 정부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각종 괴소문은 선동이며 피해 농민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애쓰는 공무원들을 서글프게 하는 악의적인 행위>라며 당장 중단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사실 이번 구제역의 경우 정부가 좀 더 초동대처만 잘 했더라도 사태다 이렇게까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 전국을 초토화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배열이 작년 4월부터 7월까지 일본에서 발생했던 구제역 바이러스와 99%이상 일치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웃인 우리나라 정부는 발생지인 미야자키현 외에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았던 당시 일본의 구제역 대처법을 적극 학습해 뒀어야 옳았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번 재앙 역시도 구제역에 대한 인식 부족과 설마하는 고질적인 한국병이 부른 인재에 가깝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나라에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지거나 역병이 돌면 나랏님부터 천신제를 올리며 하늘의 노를 달래고 사죄를 빌었습니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진지한 자성과 근신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주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16일)을 <한국 교회 금식기도의 날>로 선포하고, <구제역 창궐이라는 이 국가적 재앙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이 땅에 주신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조의 질서에 역행하는 인간의 총체적 죄악상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의 싸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모두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기도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도 급한 일들이 많습니다. <묘하다>는 휘발유 값도 잡아야 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 값도 잡아야 하고, 살인적인 물가도, 또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국 주도권도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루 속히 이 가축 바이러스 3종 세트를 잡아야 합니다. 그것은 <무상복지 3종 세트>보다 훨씬 더 긴급합니다. 만약 이걸 잡지 못하면 생떼 같은 소, 돼지가 속절없이 사람 곁을 떠나듯 민심도 그렇게 당신들을 다 떠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