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답답 갑갑 먹먹

그렇지 않아도 추락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신뢰도에 또 한 번의 큰 타격이 가해졌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로 이명박 장로 대통령을 배출한 압구정동 소망교회에서 지난 신년주일 아침 참담한 폭력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그 교회 전·현직 부목사 두 사람이 당회장실로 찾아가 김지철 담임목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입니다. 김 목사는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고, 배와 허리 등도 밟혀 전치 4주의 진단을 받고 현재 삼성의료원에 입원중이라고 합니다. 남녀 전·현직 부목사 두 사람이 새해 첫 주일 아침, 그것도 설교를 앞두고 있는 담임목사를 찾아가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둘러 눈 주위 뼈까지 부러뜨린 것은 지난해 해임됐거나 올 인사에서 교구 배정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앙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소망교회의 뿌리 깊은 갈등의 소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소망교회는 2003년 곽선희 원로목사가 물러나고 당시 장신대 교수였던 김지철 목사가 그 후임으로 부임하면서 90여 명의 장로들이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눠져 끊임없이 파벌 싸움을 벌이며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을 빚어왔습니다. 그 와중에 당회는 파행을 거듭해 왔고 급기야 2009년 3월에는 반대파 장로 21명이 김지철 목사를 서울중앙지검에 횡령혐의로 고소했으며, 4월에는 다시 업무상 배임혐의로 추가 고소해 지금도 그 소송이 진행중에 있는데 이번에 폭력을 행사한 남녀 두 목사도 모두 반대파 장로들과 유대가 깊은 사람들이며 이전 곽선희 목사의 비서실 출신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9월에도 담임목사 반대파인 윤 모 장로가 지지파인 허 모 안수집사와 다투다 허 집사의 갈비뼈를 부러뜨려 기소됐는데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윤 장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소망교회는 등록교인 7만 명이 넘는 초대형 교회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생각보다 큰 것도 현 정부 출범 후 소위 <고소영 내각>이 회자되면서 <엘리트 교회>, <부자 교회>, <특권층 교회> 등으로 널리 알려진 데다 그 유명 교회의 당회장실에서 벌어진 원색적인 주먹다짐이라 더욱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 보다 주먹이 제일이라!> <소망교회? 욕망교회!> <간판을 내려라!>는 등 네티즌들의 신랄한 비난과 욕설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의 소망교회의 행보는 이름과는 달리 전혀 소망적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 작금의 한국 교회가 물량주의적 맘모니즘에 탐닉하고 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닙니다.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물적 자원이 풍부해 지면서 서서히 신앙생활이라는 본질보다는 그 자원을 운용하는 권력에 더 관심하면서 결국 이런 헤게모니 다툼이 불거지게 된 것입니다. 이참에 한국 교회는 뿌리 깊이 스며든 <물질주의>와 <교권주의>를 과감히 척결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국민들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거나 <사랑과 정의가 회복되는 계기로 삼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성명서 한 장으로 얼버무릴 게 아니라 정말 머리에 검불을 쓰고 굵은 베옷을 입고 재 위에 앉아 가슴을 쳐야 합니다. 

김지철 목사님,
십 수 년 전 제가 인천제일교회 대학부에서 특강을 하다 쓰러졌을 때 제 병실을 찾아 주셨던 목사님의 후정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저는 찾아뵙기가 여의치 못함을 용서하시고 모쪼록 힘내십시오. 장신대 시절 공동 세미나를 개설하고, 공동명의로 책을 내기도 하며 지켜 본 목사님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순수한 분이셨기에 교회 현장에 나와 당하신 그 수모에 가슴이 쓰립니다. 처연히 눈 내리는 이 주말 오후, 진심으로 목사님의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