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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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대포폰 타령을 할 때 알아봤습니다. 그날도 총리를 국회로 불러 대포폰을 추궁하던 그 절묘한 타이밍에 북한군이 연평도를 향해 대포질을 했습니다. 170여발의 포탄이 날아와 거의 무방비 상태의 군부대와 관공서와 민간주택을 피격했음에도 군인 2명, 민간인 2명의 희생에 그쳤다는 것도 정말 기적입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전 해군 초계함 격침 때 <천 배 만 배의 응징>을 다짐했던 군은 이번 대응 역시도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 그 자체였습니다.
교전수칙인가 뭔가하는 매뉴얼에 따라 포격 중인 북한군을 향해 <도발을 중지하라 계속 도발하면 강력 응징하겠다>는 경고방송을 내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도발을 중지하면 응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계속 도발하지만 않으면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허겁지겁 대응사격에 나선 우리 군의 K-9 자주포 6문, 그 나마도 절반은 고장이 나서 쏠 수 없었고, 나머지 3문도 처음에는 대포병 레이더가 작동되지 않아 북한군의 포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른 체 무턱대고 하늘을 향해 쐈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실제 며칠 전 국정원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의하면 당시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한 포탄 중 35발은 바다에 떨어지고, 14발은 논과 밭에 떨어졌을 뿐 단 한 발도 북한군 해안 포진지를 명중한 것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설마 눈을 감고 쏜 것은 아닐 텐데 아무리 상황이 급박했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교전 당시 대통령의 지시라며 전한 청와대 대변인의 말도 가관이었습니다.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해라!> 아니, 확전을 두려워하면서 누가 무슨 재주로 단호히 대응할 수 있단 말입니까? 또 엊그제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이미 지난 8월 북측이 서해 5도에 대한 공격명령을 내린 사실을 감청했고, 그 내용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군의 도발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말 아닙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청와대와 국정원, 국방부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에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회도 이번에는 아예 개그맨들의 밥줄을 끊어놓겠다고 작정한 듯 메가톤급 코미디를 연출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다음 날인 11월 24일 포격 현장을 직접 찾은 여당 대표가 불에 탄 보온병 두 개를 집어들고 취재 카메라를 향해 <이게 바로 북측이 쏜 포탄>이라며 소개했고, 그를 수행한 포병 여단장 출신의 예비역 중장이라는 한 의원은 <작은 것은 76.1mm 같고, 큰 것은 122mm 방사포탄으로 보인다>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습니다. 이 사건이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실시간 뉴스 검색어 1위로 부상하면서 올해 방송 3사의 코미디 대상은 여당 대표가 싹쓸이 할 거란 괴담이 방송가에 파다하다니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와중에 며칠 전에는 다시 북한의 <경기도 포격 위협>이 불거져 도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자 일본의 도쿄 신문이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간부가 연평도 포격 직후에 한 말이라며 <새해가 되기 전 경기도를 겨냥한 제2차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새해 전이라면 12월 중이요, 경기도라면 우리가 바로 그 타깃이라는 얘깁니다. 아닌 게 아니라 분당은 이번에 연평도를 피격한 170mm 자주포에도 240mm 방사정포에도 다 안정적인 사정권입니다. 경기도 지사가 전격 3군 사령부를 방문하고, 시중에는 이미 화생방용 방독면이 품절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제발 <연내 경기도 포격설>도 코미디로 그치기를 빌지만, 또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여차하면 다 교회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