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교회(Crystal Cathedral)의 파산과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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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습니다. <번영신학>의 대가요 <긍정의 힘>의 원조인 로버트 슐러 목사가 세운 미국의 대표적인 메가 처치가 부도를 내면서 우리나라 교회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것 같습니다. 사실 수정교회는 우리나라 신흥 대교회들의 한결같은 롤모델이었습니다. 국내 많은 목회자들이 성지처럼 수정교회를 순례하고, <교회를 기업으로, 선교를 비즈니스로, 신자들을 고객으로>라는 슐러 목사의 교회 경영철학을 다투어 도입하고, 그의 <번영신학>을 답습하며 목회 프로그램, 설교 스타일, 심지어는 예배당 내부 인테리어까지 흉내내며 뒤좇아 온 터라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수정교회는 유명한 건축가 필립 존슨의 작품으로 유리 1만 장이 건물 전체를 감싼 남가주의 명물로 알려져있어 교인들뿐 아니라 평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 교회로도 유명합니다. 소속 신자 대부분이 오렌지 카운티의 성공한 백인들이어서 교회 충성도도 높고 헌금도 최상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슐러 목사의 <긍정의 힘>과 <적극적 사고>에 백인 중산층이 호응하고, 또 그들의 부와 성공을 슐러 목사의 <번영신학>이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수정교회의 각종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버라이어티 쇼를 능가합니다. 특히 부활절과 성탄절 행사는 라스베이거스의 특급 쇼를 방불케 합니다. 예배당 안에서 천사로 분장한 출연자들이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고, 장엄한 오케스트라가 청중들을 압도하며 초호화 조명이 관객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가장행렬을 위시해서 1만여 명이 참여하는 <부활의 영광>은 수많은 관광객들까지 참여하는 이 교회의 랜드마크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 엄청난 돈 잔치입니다. 이번 파산의 직격탄도 지난 해 성탄절 행사 때 진 빚 때문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수많은 사람들이 화려하고도 고급스런 <성탄의 영광>을 관람하며 수정으로 둘러싸인 예배당 안에서 즐거워하고 있을 때 정작 성탄의 주인공이신 주님은 추운 바깥에서 홀로 떨고 계셨던 셈인데 결국 교회창립 55년, 현 예배당 헌당 30년 만에 총 자산 5천만불(6백억), 부채 총 1억불(1천 2백억)을 신고하며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입니다.
1만 명이 넘는 성도에 텔레비젼 방송으로 널리알려진 매스 미디어 선교의 선구자 수정교회는 2006년 로버트 슐러 목사의 아들인 로버트 A. 슐러 목사가 세습한 이후 방송 설교 프로그램인 <권능의 시간>에 대한 이견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다 사임하고 작년부터는 다시 장녀인 쉐일라 슐러 콜맨 목사가 담임을 승계했습니다. 교회 내부의 이런 후계자 교체 파문과 장기 불황으로 인한 헌금감소, 방만한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마침내 유동성에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교회도 나름대로 올 <부활의 영광>을 취소하고 직원 50명을 감축하고 4층짜리 사무실 건물과 기부받은 땅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해 왔으나 끝내 파산을 막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파산신청 후 첫 주일이었던 지난 24일에는 교회 창립자인 로버트 슐러(84세) 목사가 직접 교인들 앞에 나서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십일조를 내지 않는 성도들은 지금이라도 교회를 위해 온전한 십일조를 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늘 자신감에 넘치던 이전과는 달리 초라하고 영 기죽은 모습에서 수정교회의 그 화려했던 명성은 이제 옛 추억이 되고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미국에는 한 해에 3천여 개의 교회가 문을 닫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오래 생존하는 교회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요? 지상 교회의 한계를 통감하며 부단히 개혁하는 교회입니다. 안주하거나 부패하거나 세속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혁신하는 교회만이 살아남습니다. 주님은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키시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지리라>(마 24:2)고 하셨습니다. 종교적 기득권에 안주하여 개혁을 거부한 성전에 대해 심판을 선언하신 겁니다. 모쪼록 미국 수정교회의 부도 소식이 우리 한국 교회에는 파산보다는 개혁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