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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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학계와 종교계가 때아닌 무신론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지난 2일 영국의 <더 타임스>가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제목을 내걸고 지난주 7일 미국 벤탐사에서 출간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위대한 설계>를 발췌해 소개했기 때문인데, 미국의 물리학자 겸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어나드 믈로디노프와 공저로 낸 그 책에서 호킹 박사는 <우주는 창조주의 뜻이 아니라 중력의 법칙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했습니다. <우주의 기원인 빅뱅은 신적 존재의 개입이 아니라 중력의 법칙에 의해 발생됐기 때문에 만물이 무로부터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었다>며 <우주와
인류는 바로 이 ‘자연발생적인 창조’에 의한 것>일뿐 신의 위대한 설계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온라인판은 이것이 우주 창조과정에서 일정 부분 신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던 호킹 박사의 종래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는데 실제 그는 1988년에 출간해 900만부 이상이나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에서 <만약 우리가 보다 완전한 이론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는 인간 이성의 궁극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는 이미 지난 6월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결국엔 과학이 종교를 이기게 될 것이고, 신을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고, 또 <외계인은 존재한다. 그러나 외계인과의 섣부른 접촉은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다중 우주론을 펼치기도 했는데, <위대한 설계>가 출간된 지난주 화요일에도 그는 다시 ABC 뉴스에 출연해 <창조주를 찾을 필요없이 물리학의 법칙들만으로도 이 우주의 기원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우주 물리학자요 21세기 아인슈타인으로 추앙받는 호킹 박사의 이런 발언과 저작이 연일 세계 유력지에 보도되고 소개되면서 수많은 종교인들이 비난에 나서는가 하면 또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도 갈수록 커져 양측의 논쟁이 점점 더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성공회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무에서 어떻게 빅뱅이 일어나고 천지가 창조되었는지 합리적인 설명도 하지 못하면서 과학의 이름으로 자신의 도그마를 강요하고 있다>며 호킹 박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옥스퍼드 대학 수학과 교수인 존 레녹스도 데일리메일지의 기고문을 통해 <호킹 박사가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혹세무민하는가 하면 학문에서 일탈하여 오로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나는 오히려 오묘한 자연과학의 법칙들을 알수록 신의 실재에 대한 믿음이 더 확고해졌다>고 했습니다. 반면 <만들어진 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더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윈의 진화론 이후 생물학 영역에서는 신을 몰아낸 반면 물리학계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는데 이번에 호킹이 물리학계의 신의 논란을 결말지을 ‘졀정적 한 방’을 날렸다>며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천체 물리학자인 이반 오닐 박사도 <우주 창조를 이끈 빅뱅이 순수 물리법칙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야말로 창조론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며 호킹 박사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습니다. 일반인들도 논쟁에 가세하여 지난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말판 북섹션에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으로 호킹 박사의 <위대한 설계>를 소개하자 세계 각국에서 하루 만에 무려 1천 건 이상의 댓글을 달아 댓글 리스트 1위 기사가 됐습니다.
물론 제게도 꼭 질의하고 싶은 의문이 있습니다. <태초에 중력이 빅뱅을 촉발해 인간과 우주가 창조되었다면 그 중력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이며, 더구나 중력이란 물체와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인데 무에 어떻게 중력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오늘따라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며,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라고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