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군에 가는 아들에게

예지야, 네 입대일이 벌써 내일모레구나. 무심한 아빠도 이렇게 날짜를 세고 있는데 아무리 멀쩡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너야말로 하루하루가 착잡하겠지. 더구나 초등학교 시절 남해 유소년 축구단에 입단해 훈련하다 무릎인대가 파열된 병력 때문에 넌 일찌감치 군 문제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신검결과 뜻밖에 3급 현역이 나왔으니 그 낭패스러움이 오죽했겠냐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란다. 당연히 열외될 줄 알았던 너는 현역으로 가고, 정작 현역 판정을 받았던 형은 법이 개정되어 다시 공익근무 대상자가 되지 않았니? 그러나 결국은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네게 유익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말기 바란다. 

아빠가 보기엔 그동안 네가 다소 조급해 한 부분들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에 대한 지나친 강박감 말이다. 고1 첫 학기를 마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1년간 미국을 다녀와 너는 복학 대신 곧장 검정고시와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갔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네 동기들보다 1년이나 앞섰음에도 넌 계속 하루라도 빨리 유학을 가겠다며 독일 쾰른에 있는 대학을 겨냥해 독일어 준비에 올인해 왔다. 심지어 내일까지도 학원 수업받고 모레 입대할 거잖아!

이제 그 조급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아라. 넌 또 제대 후 복학에 맞춰 스스로 입대일을 지정한 바람에 논산이 아닌 춘천 102 보충대로 가게 됐다. 춘천에서 훈련을 받으면 거의 최전방 행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말이다. 그건 괜찮아! 엊그제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난 인하형도 너처럼 춘천 102 보충대를 거쳐 최전방 양구에서 복무하다 제대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 군대는 구타도 없고 신병들 쫄게 하는 험악한 내무반 분위기도 많이 개선됐다고 들었다. 또 식사와 보급품도 넉넉해 그다지 아쉬운 게 없다고들 하더라. 예지야, 그러나 군대는 역시 군대란다. 남들 다하는 훈련이고, 남들 다 겪는 고생이라지만 군 생활이란 역시 네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인내를 요한단다. 순간순간 주님의 도우심에 의지하기 바란다. 주일예배는 기본이고, 틈틈이 성경도 보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고, 또 기도하며 하루를 마감하길 바란다. 백해무익인 술과 담배는 끝까지 금기시켜야 한다. 

이 땅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마치 성인식처럼, 통과의례처럼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군 생활 22개월이 결코 네게 헛된 시간만은 아닐게다. 아무튼 그 세월이 너를 더욱 단단하게, 더욱 강인하고 담대하게 연단하리라 믿는다. 모든 것이 네 믿음에 달렸고, 현실에 대한 네 해석에 달렸음을 잊지 마라. 지독한 굴욕도, 견디기 힘든 초조감 불안감도, 육체적인 한계상황과 정신적인 압박감도 다 잘 견뎌야 한다. 며칠 전 제대한 동철이 형을 봐라! 물론 본인은 긴 시간이었겠지만 남이 보기엔 엊그제같이 입대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흘러 늠름한 아저씨가 되어 돌아오지 않았니? 너도 이제 그렇게 될 거다. 다만 지난번 안면 수술을 받고 아직 잇몸 교정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교정기를 챙겨 입대하는 꼴이 구차해 보이고 또 우려도 된다만 밤에는 꼭 잘 착용해 재발을 막기 바란다. 아빠가 춘천까지 데려다 준대도 굳이 혼자 야탑에서 버스 타고 가겠다? 그럼 그렇게 해라! 아빠도 34년 전 그렇게 쿨하게 입대해서 치 떨리도록 처절하게 군 생활하고 만기 전역한 사람이다. 부디 지난 목요일 덕유산 정상에서 일러준 말 잊지 말고, 잘 다녀 오너라! 푸른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늘 기도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