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윤간당한 레위인의 첩

  구약 사사기 19장에 나오는 참 엽기적인 이야기입니다. 레위인의 첩이었던 한 여인이 남편과 함께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기브아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날 밤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친 것입니다. 기브아의 불량배들이 그 집으로 몰려와 주인에게 <네 집에 들어온 사람을 끌어내라. 우리가 관계하리라> 그럽니다. 여기서 그들이 <관계하겠다>고 한 말은 노골적인 동성애적 표현으로 당시 극도로 문란했던 성문화를 가늠케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자 집주인이 이렇게 타협합니다. <처녀인 내 딸과 이 사람의 첩을 대신 줄 테니 그들을 욕보이라!> 집주인과 레위인은 지체하지 않고 그 두 여인을 밖으로 내보내는데, 히브리어 성경 원문을 보면 <레위인이 여인을 꽉 붙잡아 밖으로 밀어냈다>고 합니다. 이는 여인이 나가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저항했으나 결국은 불량배들에게 넘겨졌음을 뜻하고, 레위인은 첩을 그렇게 희생시킨 대가로 집안에서 안전을 보장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불량배들에게 끌려가 밤새도록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인은 새벽녘 간신히 그 집 문턱까지 기어와서는 그만 쓰러져 죽고 맙니다. 레위인이 일찍 일어나 홀로 도망할 채비를 하고 황급히 문밖으로 나서다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한 것입니다.

  지난 10일 8.15를 앞두고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국병합 100년>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병합조약이 한국민들의 뜻에 반하여 체결됐고, 그로 인해 한국인들은 나라와 문화를 빼앗겼으며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전제한 후 <식민지 지배로 인한 무수한 손실과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함께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이전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이번에도 역시 강제 징용과 정신대라는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종군 위안부 여성들은 윤간 당한 후 문 앞에 와 쓰러져 죽은 어느 레위인의 첩보다도 훨씬 더 비극적이고 더 처절합니다. 증언에 의하면 한국인 정신대 여성들이 상대한 일본 군인들은 하루 평균 3,40명, 적은 날은 20명, 많을 때는 50명까지도 받았으며, 오끼나와에서는 하루 100명을 상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소녀들이 수없이 죽어나갔고, 성병에 걸리면 2차까지는 치료를 해주되 차도가 없을 경우는 가차없이 생체 실험실로 보내졌다고 하는데 하얼빈에 있었던 일본군 731부대에서는 주로 매독에 걸린 정신대 여성들을 소위 마루타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해방 후에도 일급 전범인 토죠 히데오끼의 미망인은 매년 80만엔의 국가 원호금을 받고 있을 때 우리 정신대 출신의 조선 여성들은 지난 65년 동안 피눈물나는 한을 씹으며 몸과 마음의 모진 상처만 안은 채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그렇지만 한국 교회도 마찬가집니다. 수많은 일본 군인들이 밤새도록 우리의 어린 딸들을 윤간하며 짓밟고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기브아를 떠날 채비에만 바쁘지 않았는지, 도대체 그동안 그들을 위해 뭘 했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옳을 것입니다. 만약 앞으로도 교회가 계속 그들을 외면하고 그들의 한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이제 몇 안 남은 고령의 정신대 할머니들마저도 밤새 문지방을 잡고 절규하다 쓰러져 우리 모두를 하나님 앞에 고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