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매미의 오덕(五德)

어제가 입추 오늘이 말복입니다. 연일 폭염 특보가 내려질 만큼 찜통더위와 열대야에 시달리고 습한 공기 탓에 불쾌지수도 높아 다들 짜증스러워하는 요즘 입니다. 그러나 저는 한 줄기 시원한 청량제 같은 자연의 원음이 있어 이 절정의 여름이 오히려 아름답습니다. 지금 한창 쏟아지고 있는 매미 소리 말입니다.

  중국 진나라의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야말로 다섯 가지의 덕을 갖췄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곧게 뻗은 긴 입모양이 마치 선비의 갓끈 같다고 해서 문(文)이요, 둘째는 이슬과 수액만을 마신다 하여 청(淸)입니다. 셋째는 염(廉)인데, 밭곡식을 축내거나 과일을 해치지 않아 염치 있다는 뜻이며, 넷째는 검(儉)입니다. 제 살 집조차 없으니 얼마나 검소합니까? 다섯째는 신(信)입니다. 언제나 올 때 오고 갈 때 갈 줄 아니 어찌 믿음이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매미는 군자가 갖춰야 할 <문, 청, 염, 검, 신>의 모든 덕목들을 두루 가졌다 하여 옛 조선의 임금과 신하들은 반드시 머리에 매미 날개를 쓰고 정사에 임했습니다.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썼던 <익선관>은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 자를 써서 매미의 나는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신하들이 썼던 <오사모>는 매미의 펼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관모였습니다. 이는 다 매미의 오덕을 기리며 몸소 구현하라는 뜻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매미가 군자보다는 차라리 신자의 모범 같습니다. 매미의 오덕이야 말로 군자 이전에 우리 신자들에게 꼭 필요한 실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믿는 자라면 누구나 성경 말씀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니 <문>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이라 했으니 <청>이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먼저 대접하라고 했으니 <염>이며, 전대나 두 벌 옷이나 지팡이도 가지지 말라 했으니 <검>이 확실하고,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고 했으니 <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매미의 한 살이는 참 짧습니다. 불과 열흘. 그럼에도 온몸으로 오덕을 실천하다 가는데 정작 긴 목숨인 우리 인간들은 평생 몇 가지 덕이나 실천하며 사는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람이 그래, 미물인 매미만도 못하대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금주 말 전교인 여름 수련회가 열리는 퇴촌으로 갑시다. <맑은 샘> 정자에 앉아 시원한 수박과 차진 옥수수를 먹으며 분당 매미보다 훨씬 더 독하고 쟁쟁할 퇴촌 매미 소리에 흠뻑 빠져 봅시다. 누가 압니까? 그 때묻지 않은 자연의 소리로 세례를 받으면 혹 우리도 오덕의 진정한 실천자가 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