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3289",
  "title": "평양냉면",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10-07-30T18:21:04",
    "original_updated_at": "2010-07-30T18:21:04",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div>
  목회자들은 대개 미식가들입니다. 늘 이런저런 건수로 자신의 목회지 내 식당들을 순례하고 섭렵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괜찮은 맛집치고 목회자가 모르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물론 예외가 아니어서 오늘은 내친김에 가까이에 있는 시원한 맛집 한 곳을 소개하며 잠시나마 여러분들의 무더위를 식혀 드릴까 합니다.</div>
<!-- paragraph:p0002 -->
<div><br>
</div>

<!-- paragraph:p0003 -->
<div>
  시범단지 맞은편 먹자촌에서 LG주유소 좌측 샛길로 들어가면 곧 매일교회가 나오고 다시 취홍, 서현궁을 지나면 우측에 &lt;평양면옥&gt;이 있습니다. 그 집이 바로 3대를 이어온다는 장충동 평양면옥의 분당 지점입니다. 사실 2년 전 강병중 집사님의 소개로 그 집을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저는 실망했습니다. 이건 냉면 육수가 아니라 무슨 행주 빤 물 같이 닝닝했고, 그동안 고깃집 후식으로 나오는 동치미 냉면 맛에 익숙한 탓에 면발도 영 매끄럽지 못한 것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때 강 집사님이 눈치를 채셨는지 &lt;평양냉면 맛을 제대로 알려면 최소한 10번은 먹어봐야 한다&gt;고 충고했는데 과연 그 말이 옳았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제가 더 즐기고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div>
<!-- paragraph:p0004 -->
<div><br>
</div>

<!-- paragraph:p0005 -->
<div>
  옛날에는 동치미가 잘 익을 무렵인 한겨울 별식으로 즐기던 것이 요즘은 차가운 면발과 시원한 육수로 더위를 쫓는 한여름 음식이 된 냉면, 우리가 흔히 먹는 함흥냉면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이 주원료여서 면발이 가늘고 매끄러우며 질깁니다. 그러나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5:1로 섞기 때문에 면발이 굵고 거칠며 쉽게 끊어져 면에 가위질을 하지 않고 메밀의 구수한 풍미를 음미하며 그냥 먹습니다. 참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다 먹고 난 뒤에도 입안에 그 여운이 남는 메밀향의 식감이 그만입니다. 문제는 육수, 일단 때깔이 꼭 맹물 같습니다. 실제 먹어봐도 닝닝하고 슴슴한 것이 전혀 육수답지 않은 맹탕입니다. 물론 평양냉면의 육수도 소고기, 돼지고기, 꿩고기 등을 삶아 국물을 우리고 그걸 맑게 걸러 적당히 익은 동치미 국물과 배합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실제 먹어보면 전혀 이렇다 할 맛을 못 느낄 정도인데 이런 절제된 맛이 바로 뒷맛을 개운하게 하고 깔끔하게 하는 그 집만의 고유한 비법 같습니다. </div>
<!-- paragraph:p0006 -->
<div><br>
</div>

<!-- paragraph:p0007 -->
<div>
  저는 특히 그 집의 무김치, 배추김치를 좋아합니다. 무를 길쭉하고 얇게 썰어 허옇게, 시금 털털하게, 그러면서도 시원하게 … 하여간 그 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그 집만의 무김치, 배추김치는 아무리 칭찬을 해도 과하지 않을 듯한 매력이 있어서 저는 언제나 두세 번 정도의 리필이 기본입니다. 만두 맛도 그렇습니다. 신김치나 허접한 당면이 들지 않아 어찌나 수수하고 담백한지 냉면 맛을 꼭 빼닮았습니다. 사실 메밀을 주원료로 쓰는 평양냉면은 햇메밀을 쓰는 늦가을과 겨울이 메밀향이 가장 뛰어난 제철이고, 년 중 제일 묵은 메밀을 쓸 수밖에 없는 한여름이 가장 메밀 맛이 떨어지는 때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극적인 양념 맛을 줄이고 메밀 고유의 향을 최대한 살리려 한 노력이 &lt;평양면옥&gt;이 명품 냉면집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div>
<!-- paragraph:p0008 -->
<div><br>
</div>

<!-- paragraph:p0009 -->
<div>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2년 전 처음 갔을 때는 7천원하던 냉면, 만두가 작년에는 8천원, 올해는 다시 9천원으로 올랐습니다. 물론 곡물가격이 오르고, 정직한 맛을 지키며 원단 냉면을 생산하느라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매년 가격을 10% 이상씩 올린 것은 좀 심했다는 생각입니다. 처음 가셔서 툭툭 끊어지는 면발과 맹탕 육수, 비싼 가격에 놀라실까 봐 이렇게 꼼꼼히 적었으니 모쪼록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며칠 전에도 먹었는데 오늘 또 생각나는 걸 보니 어느새 평양냉면 마니아 수준쯤 된 것 같습니다. 강 집사님, 오늘 저녁 어떻습니까?</div>
<!-- paragraph:p0010 -->
<div><br>
</di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