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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리아 지방 &lt;수가&gt; 동네의 우물은 여느 우물과는 달랐습니다. 유대 민족의 태고조인 야곱이 판 것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1천 2백이 넘었으니 역사도 유구했습니다. 야곱이래 수가 동네 사람들은 늘 그 우물에서 목을 축이고 서로 만나 대화하고 교제하며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그곳은 지난 세월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전설이 쌓이기도 했고 갖가지 소문들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며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야곱의 우물은 오랜 전통과 고단한 현실이 만나는 유서 깊은 명소였습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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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그런데 어느 날 그 현장에 주님이 나타나셔서 물 길러 나온 사마리아 여인에게 &lt;물을 좀 달라&gt;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거꾸로 마치 자기가 물을 줄 자인양 행세하셨습니다. &lt;네가 만일 네게 물을 좀 달라하는 이가 누구인줄 알았더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gt; 그러자 여인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lt;물을 준다니 그럼 당신이 이 우물을 판 야곱보다 더 위대하단 말입니까?&gt; 주님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lt;이 물을 마시는 자는 다시 목 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 마르지 아니하리니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gt; 그러나 여인의 눈에는 여전히 한낱 목 말라 하는 나그네, 물을 주고 싶어도 원수지간이기에 선뜻 줄 수 없는 한 유대 사나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주님이 그녀의 최후 방어선을 뚫고 들어갑니다. &lt;네 남편을 데려오라!&gt; 그것은 마치 여인의 숨겨진 비밀의 베일을 찢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lt;나는 남편이 없나이다.&gt; &lt;너에게 다섯 남편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옳도다.&gt; 순간 여인은 딛고 선 땅이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받으며 비로소 주님에게서 나그네 그 이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lt;주여, 내게 물을 주사 목 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러 나오지도 않게 하소서!&g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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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신앙도 옛 수가 동네 야곱의 우물처럼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 온 유수한 기독교 전통에 그 뿌리를 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른바 모태신앙을 자랑하며 과시할 수도 있습니다. 아닌게아니라 오랜 교회생활의 연륜이 때로 신앙적인 안정감과 그 사람의 인간됨을 보다 성숙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내가 몸담고 있는 이 푸른교회에 대해서도 나름의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귄위주의적이지 않으며, 신앙적으로 편협하지 않고,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가능한 한 지성과 대화하며 신앙과 사물을 편견 없이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무관심하지 않으며 다채로운 문화적 감각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또 누군가가 기독교 신앙의 전통과 우리 교회에 대해 시비를 건다면 사마리아 여인 못지 않은 애정과 열정으로 이를 반박하고 변호할 용의도 없지 않습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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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 야곱의 우물가에서 던진 주님의 질문입니다. &lt;그대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이 우물이 그래, 사람들의 생의 곤고함을 얼마나 해소해 주고, 뭇 영혼들의 갈증을 또 얼마나 해갈해줬느냐?&gt;는 것입니다. 즉, 야곱의 우물만 열심히 퍼올릴 뿐 영원히 목 마르지 않을 생수를 긷지 못한다면 다 헛된 짓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물 긷는 자들입니다. 샘 깊은 우물에서 퍼올린 시원한 물 한 잔이 그리운 이 무더운 여름, 부디 주님께 두레박을 던져 영원한 생수를 퍼올리십시오. 오직 그것만이 다섯 남편으로도 해갈할 수 없었던 목마름과 내 영혼의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할 묘약이 될 것입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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