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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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연 목사님을 뵙고 왔습니다. 지금 전주 셋째 아드님 댁에 계신데 기력은 더욱 쇠하셨고, 귀도 이제는 거의 듣지 못하시며 허리도 더 많이 굽어 밀고 다니는 보조기구가 아니면 아예 거동이 불가능하십니다. 그러나 정신만큼은 여전히 또렷하셔서 저는 물론 함께 간 권사님들도 다 알아 보셨고 우리 푸른교회를 위해 기도하실 때는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과시하셨습니다. 올해 93세의 고령이신데도 여전히 정중하신 은퇴 성직자의 품위를 잘 지키고 계신 듯해서 그렇게 잠시 찾아가 뵌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은혜로웠습니다. 구도연 목사님은 저희들에게 참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신 분이십니다.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늘 순수한 신앙과 열정으로 전도하시며 이웃들에 대한 애끓는 연민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분이십니다. 아무튼 오래 벼르다 쉽지 않은 걸음을 했는데 이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구약 성경 열왕기상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다윗 왕이 나이가 많아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아니한지라 신하들이 젊은 처녀 하나를 데려다가 왕을 모시게 하고 품에 누워 왕을 따뜻하게 하니라> 젊은 시절 그토록 생기 충천하던 다윗도 세월은 어쩔 수 없어 이제는 제 앞가림마저도 쉽지 않은 지경까지 왔습니다. 성경은 그가 누구든 말년에 대한 기록을 미화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던 간에 그의 마지막 인생행로에 대한 여과없는 진실을 공개합니다.
그런데 다윗에 반해 모세의 경우는 말년까지도 육신의 기력뿐 아니라 정신력과 히브리 백성들을 진두지휘한 리더쉽까지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었다고 전합니다. 그는 노쇠하여 백성들의 여정에 장애나 짐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미래를 이끌어 가는 힘과 꿈의 원천이었으며 비록 자신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였으나 백성들의 앞길을 미리 내다보며 격려하고 준비시키는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두고 성경은 <죽기까지 그의 눈이 빛을 잃지 않았고, 기력이 쇠하기는커녕 정정하였더라>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모세는 40년 광야 여정동안 단 하루도 마음 고생, 몸 고생 안 한 날이 없었습니다. 툭하면 백성들이 비난하고 불평하고 대들고 궁지에 빠뜨렸습니다. 따라서 성품 어딘가가 뒤틀려 눈초리는 남을 의심하는 투가 되고 처음 열정은 다 사라져 냉랭할 뿐 아니라 바른 분별력보다는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됐을 법도 한데 모세는 결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나이 1백 20세가 되어서도 눈빛 총명하고 기력 정정한 <영원한 청년>의 모습으로 히브리 역사 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인가를 늘 가슴 속에 새기며 살아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식지 않는 열정을 품도록 기도해야 하고, 나이가 들어도 뒷짐이나 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잔소리꾼이 아니라 늘 꿈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희망이 샘솟게 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비록 노년을 살아도 늘 청년의 기세로 거침없이 미래를 열어가는 생기, 즉 하나님의 성령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도 바울의 고백의 의미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날로 낡아가나 속 사람은 날로 새롭도다>
오늘, 세월의 속절없음을 안타까워하시는 모든 어버이들께 육신의 나이를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빌며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