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창립 15돌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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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수님 일행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그득그득 모였습니다. 무슨 특별한 신앙이나 소망을 가졌다기보다는 그냥 구경나온 사람들, 혹 기적이나 볼 수 있을까 하여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무리들 틈에 삭개오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보다 키 크고 힘센 사람들에게 치여 주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이미 이런 일을 수없이 겪었으며 그럴 때마다 아무도 양보해 주지 않는 비정한 현실에 분노하며 결국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기로 작정했습니다. 좀 약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밀어내고 깔아뭉개는 세상을 이길 방도란 그 길 외에는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그는 나무 위를 오르고 또 올라 동족의 피와 땀을 빠는 세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그에게 덤빌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뒤로는 욕을 할망정 앞에서는 설설 길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내심 통쾌하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남보다 먼저 높이 오르자!> 이게 당시 그의 삶의 목표이자 구호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바로 이런 삭개오의 모습을 꼭 빼닮았습니다.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오랜 역사 이 나라 저 나라에 짓밟히고 시달리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있겠느냐>며 기를 쓰고 올라 오늘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남보다 먼저 뽕나무에 높이 올라가 건물을 웅장하게 짓고 수천수만의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려야 비로소 예수님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또 그렇게 수와 규모로 교회를 잣대질하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다 남보다 먼저 나무 위를 오르지 못해 안달인데 문제는 나무 위에서 내려다 보는 주님은 기껏 우리가 움켜쥔 것을 더 꽉 쥐게하는 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삭개오를 부르시며 세상살이가 서러워 독한 마음으로 올라간 그 뽕나무에서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이리 채이고 저리 밀려 가장자리로 떨어진 그를 다시 무대 한복판으로 불러내신 주님의 초대의 음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내가 네 집에 묵어야겠다> 하십니다. 그 순간 졸지에 삭개오의 집이 여리고 성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주님을 보러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의 집을 향해 움직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하루아침에 무대의 중심으로 데뷔한 삭개오는 이제 구경꾼의 하나가 아니라 주인공이 된 자신의 변화를 실감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키가 작아 주님을 보지 못하고 저 가장자리에서 서성대는 구경꾼들이 아닙니다. 주님이 오늘 우리를 새로운 초대의 주역으로 삼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삭개오를 향해 <내가 오늘 네 집에 머물겠다>고 하셨을 때 사람들이 수군거렸다고 합니다. 불만스러워 웅성거렸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 푸른교회에 머무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에도 세상은 또 한 번 그렇게 수군거릴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몫은 사람들의 그 부정적인 뒷담을 환호로 바꾸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히 우리에게도 <내 모든 것을 이웃들과 나누겠습니다> 하는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주님도 이 푸른교회를 향해 <오늘 구원이 이곳에 이르렀다>고 선언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