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2719",
  "title":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10-03-06T21:10:19",
    "original_updated_at": "2010-03-06T21:10:19",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span>  지난 2007년 4월, 일본의 한 TV 방송국 대담 프로에 라이벌인 두 소녀가 나란히 출연했습니다. 그들은 진행자의 질문에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웃음으로 답하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는데 마지막 코너인 OX 문제, 여덟 번째 질문이 끝나고 아홉 번째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lt;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는가?&gt; 두 소녀 중 하나는 &lt;O&gt; 팻말을 들었고, 다른 한 소녀는 &lt;X&gt; 팻말을 들었는데 그때 O 팻말을 든 사람은 아사다 마오였고, X 팻말을 든 사람은 김연아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3년이 지나 실제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은 김연아였고 아사다 마오는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누구는 기적이라고 하고, 누구는 운이 따랐다고 합니다만 저는 얼마 전 공개된 김연아 선수의 피멍 든 발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상처투성이 평발과 발가락이 기형적으로 뒤틀려버린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처럼 그의 세계 제패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수천수만 번의 점프를 반복하며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에 실전에서도 그처럼 동요하지 않고 마음껏 비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겁니다.<br>
<br>  2010년 2월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 경기장, 이미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 선수가 프리 연기를 위해 등장하자 장내에는 큰 환호가 일었습니다. 김연아는 트리플 컴비네이션을 깔끔하게 성공시켰고, &lt;트리플 플립&gt;까지도 우아하게 착지하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김연아의 장기인 표현력의 완성도에 관객들이 매료당해 있는 동안 무대 뒤편에서는 김연아의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하며 함께 연기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연아가 회전하면 그도 함께 몸을 돌리고, 연아가 점프하면 그도 함께 뛰고 연아가 착지에 성공하면 박수를 치며 두 주먹을 치켜들고 기뻐한 사람, 그가 바로 &lt;브라이언 오서&gt; 코치였습니다. &lt;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gt;란 그가 작년 8월 국내에서 출판한 자서전과 같은 수필집입니다.<br>
<br>  오서 코치는 이 책에서 &lt;연아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우선 연아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gt;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연아를 최고로 행복한 피겨의 여왕으로 조련했습니다. 아사다가 &lt;트리플 악셀&gt;이라는 &lt;기술&gt;로 승부를 걸 때 오서 코치는 &lt;완성도&gt;와 연기의 구성력을 완벽하게 소화하도록 지도하여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그를 &lt;아버지 같은 미소를 가진 지도자&gt;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는 이미 우리에게 넉넉한 미소와 따뜻한 지도력, 너무나도 겸손해 보이는 한국적인 인상으로 박지성을 끌어안아 준 거스 히딩크와도 같은 인물이 되었습니다.<br>
<br>  오서 코치의 책은 자신과 김연아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든 자기와의 싸움을 행복하게 즐기는 법을 알려줍니다. 김연아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김연아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그가 어떻게 지도했는지를 무한한 애정을 담아 기록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의 전설적인 스케이터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두 번을 따고 아쉬움을 남긴 채 은퇴했던 그가 2010년 자신의 조국에서, 그것도 동양에서 온 작은 소녀 김연아를 통해 자기의 가장 아름다운 꿈, 가장 오래된 꿈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요?<br>
<br>  김연아와 오서 코치는 함께 있어서 행복했고, 또 함께 하므로 최고의 점수를 조합했습니다. 그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냅니다.<br>
</span><br>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