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올 것이 왔습니다

  저는 작년 2월 이 지면을 통해 영국의 주요 도시 시내버스에 내걸렸던 안티 기독교 광고 <아마도 신은 없는 것 같다. 걱정 말고 인생을 즐기라>는 도발적인 카피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시내버스에도 곧 이런 광고가 나붙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지난 2003년 <이 땅에서 기독교를 박멸하겠다>며 출범한 <반기독교 시민운동연합>(반기련)이 지난 2월 5일부터 서울 시내 4개 노선버스 외부에 안티 기독교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고 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차용해 그의 초상화와 함께 걸었습니다. 이것은 반기련 회원들의 전체 투표로 결정한 문구라고 합니다. 천재 물리학자의 이름을 빌어 하나님과 기독교 신앙을 부인하고 조롱하겠다는 심산데 그 수법이 치졸할 뿐 아니라 무식하기까지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그는 언제나 유신론과 무신론을 넘나들며 고뇌하는 사람이었지 결코 반기련이 이해하듯 무신론만을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쓴 논문 서두에서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더 잘 알게 되었다>고도 했고, 또 죽기 1년 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에 지나지 않으며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이 먼 것과 다름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은 그의 사상 전체의 맥락에서 조명돼야 마땅함에도 반기련은 그의 발언 가운데 필요한 몇 부분만을 아전인수식으로 발췌하여 대중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악의적입니다. 물론 반기련의 이번 버스 광고는 4일 만에 끝났습니다. 기독교계의 반발을 우려한 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이 자진하여 철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반기련은 별로 잃은 것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소수 시민운동의 탄압을 호소할 빌미를 얻었습니다. 또한 기독교 측에 자신들의 조직력과 동원력, 집결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활동하던 안티 세력들이 이제는 오프라인상에서 보다 노골적인 게릴라식, 막가파식 공격을 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버스광고 사건은 참 충격적입니다. 교회로서도 일부 무례한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위로만 치부하고 넘길 게 아니라 범기독교 차원의 진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어느 시대나 반 기독교 세력은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안티 기독교 정서는 단순한 반대 표명이 아니라 치밀하고도 강도 높은 증오와 경멸을 담고 있습니다. 안티 광고만 해도 작년 1월 영국을 시작으로 스페인과 독일, 이탈리아까지 번지더니 마침내 1년 만에 우리나라 버스에도 내걸린 것입니다.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럼 못난 짓을 해도 자기가 낳은 자식이니 그냥 내버려 두라구요? 그게 부모입니까? 아무리 법을 어겨도 자국민이니 처벌하지 말라구요? 그게 국가입니까? 도공은 아무리 공들여 빚은 항아리도 잘못되면 가차없이 깨뜨립니다. 그게 진정한 장인정신입니다. 저는 오히려 <자신의 창조물이라는 이유로 심판하지 않는> 맹목적인 신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