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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시리도록 아름다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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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graph:p0001 -->
<p>&lt;언어가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gt;는 다소 철학적인 태그라인에 끌려 별 기대도 없이 본 한 편의 다큐, 그러나 충격적이었습니다. 2시간 40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그 유장한 흐름 탓에 거의 지루함을 못 느낀 &lt;위대한 침묵&gt;은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독일의 필립 그로닝 감독이 만든 것으로 그 자체가 한 편의 아름다운 서사시 같은 영화였습니다.</p>
<!-- paragraph:p0002 -->
<p>해발 1,300미터의 알프스 계곡 거기에 누구도 쉬이 들여다 볼 수 없는 적요한 침묵의 세계가 있습니다. 1084년 쾰른의 성 브루노에 의해 설립된 세상에서 가장 금욕적이고 엄격하다는 카르투지오 수도원, 감독은 그곳 수도사들의 침묵을 아무런 연출도 없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처럼 건조하고 무미하고 단순하고 담백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게 한 마디의 나레이션도, 배경음악도, 조명도 없이 그저 극도로 절제된 수도원의 일상과 침묵만이 흐르는 몹시 당황스러운 다큐멘터리입니다.</p>
<!-- paragraph:p0003 -->
<p>원래 봉쇄 수도원이란 죽어서 조차 나올 수 없는 곳으로 외부와의 단절, 노동, 기도, 독서가 극단한 침묵 속에서 반복되는 곳입니다. 필립 그로닝 감독이 그곳의 촬영 허가를 요청한 것은 1984년, 그러나 수도원이 답변을 보내 온 것은 그로부터 16년이 지나서였고, 허가 조건 또한 일체의 인위적인 음향이나 조명 금지, 단독 촬영,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 금지 등 다 까다롭기가 그지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독이 처음 영화를 구상한지 21년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된 영화입니다.</p>
<!-- paragraph:p0004 -->
<p>감독 홀로 수사들과 함께 지내며 담아낸 2년 6개월간의 고독한 수도원의 일상이 잡다한 언어와 물질에 절어 사는 오늘 우리들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어두운 수도원의 긴 회랑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독방에서 이뤄지는 수도사들의 기도와 식사, 성경과 고전연구, 설거지, 청소뿐 아니라 책장 넘기는 소리, 바람소리, 옷소매 스치는 소리, 미세한 숨소리와 작은 기침소리, 풍경소리, 종소리까지, 또 밤낮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알프스 계곡의 풍광과 눈 쌓인 수도원 뜰의 서늘한 기운까지도 그대로 전합니다. 희미한 촛불을 켜고 함께 모여 기도문을 외우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며 딱딱한 마룻바닥에 쓰러져 잠드는 수도사들의 모습은 오래 풍화된 명화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p>
<!-- paragraph:p0005 -->
<p>수도사들도 한 주에 한 번은 야외에서 서로 대화하고 산책할 수도 있었습니다. 수도원 뒷 능선에서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수도사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비칠 때는 관객들도 잠시 긴장을 풀고 함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연출된 모든 영상언어의 허구를 깨부수며 수도사들의 삶을 시편처럼 아름답게 그린 영화임에도 모든 이들에게 권하기는 어려운 영화 같습니다. 상영관도 삼청동 시네코프, 코엑스 메가박스, 압구정과 구로 CGV 정도로만 제한되어 있어 꼭 사전에 예매를 하셔야 원하시는 시간에 관람이 가능합니다. <br>
연초에 차가우면서도 머리를 맑게 하는 영화 한 편 어떻습니까?<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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