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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신화

태안의 신화

할머니의 눈물
TV속에서 할머니가 울고 계셨습니다.
<어쩐디야, 우리 생전에 다시 굴보기는 틀렸어...>검게 변해버린 바다에는 절망만 일렁이고 굴도 조개도 게도, 지난여름 전교인 수련회 때만해도 그토록 하얗던 꽂지해수욕장의 백사장도, 비옥한 갯벌도 할머니의 희망과 함께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태안 앞바다에 쏟아진 1만 9백톤의 검은 기름은 4백리길 태안반도 해안선을 그렇게 먹빛으로 뒤덮고 말았습니다.

부끄러움
지난 주 목요일(21일), 평생을 갯마을에서 살아온 지경복(71)할머니가 기름 밭으로 변해버린 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며 하염없이 우시던 바로 그 태안군 원북면 향촌리 앞바다를 다녀왔습니다.
김우태, 김영웅 집사님, 이망래 , 한신애 권사님, 송미선 집사님과 우재, 이렇게 일곱명이 새벽기도회가 끝나자마자 6시 30분에 출발 외곽순환도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강동노회 산하 개교회들의 1차 집결지인 서해대교 행담도휴게소를 경유하여 참가등록을 한 후 다시 태안에 들러 전화로 미리 주문해 놓은 방제복을 찾아 향촌리 현장으로 급하게 이동했습니다. 노회에서 준비한 조잡한 안내도 덕에 다소 헤매긴 했지만 서둘러 방제복으로 무장을 하고 10시경 배정된 작업장에 투입되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고 황당했습니다. 머리를 아프게 한 역한 기름냄새도 그렇지만 모래에 배인 기름을 수건으로 치대고, 자갈과 바위에 덮인 기름을 수건과 쇠솔로 긁어가며 닦는 작업 하나하나가 너무도 무모하고 딱하게만 여겨져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 한도 끝도 없어 보이는 지난한 작업,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의 마음으로 묵묵히 그 검은 재앙을 닦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래, 우리가 너무 늦게 왔구나!>하는 후회와 함께 더 춥고, 더 처참한 기름띠와 싸웠을 앞선 봉사자들에 대한 미안한 맘, 부끄러운 맘이 생기면서 회의스런 생각을 애써 누르며 열심히 기름을 닦았습니다.

희망, 아쉬움
역시 사람이 희망이었습니다.
아직은 바닷바람이 찬데 전국에서 몰려운 자원봉사자들이 매달려 태안의 검은 바다를 조금씩이나마 푸른바다로 바꾸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은 희망을 접기에는 이른 나라라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1997년 똑같은 기름 유출사고로 재난을 겪었던 일본의 후쿠이현 미쿠니 마을은 3개월동안 3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 <미쿠니의 기적>을 이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과 77일째였던 우리가 간 바로 그날,  100만명의 자원봉사자 기록을 세웠습니다.
일본인들이 <미쿠니의 기적>을 이뤘다면 우리는 <태안의 신화>를 창조한 겁니다.
물론 완전 복구는 아직도 멀디 멀어 보였습니다. 포크레인으로 해변의 자갈밭을 파자 금새 걸쭉한 기름 웅덩이가 생기는 걸 보면 생태계의 완전 복원은 아직도 수십년은 더 걸릴듯 싶습니다. 그러나 태안의 겨울 바다는 확실히 예전의 푸른빛을 조금씩 되찾아 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바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여러사람이 애써 시간을 내고, 자비로 방제복을 구입하고 식사를 해결하며 새벽같이 달려가 어렵사리 현장에 투입되는 수고나 희생에 비해 정작 작업시간은 너무도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전에는 불과 2시간, 점심시간 후에는 물때를 피해 서둘로 철수하느라 한시간도 채 못한것 같아 답답하고 속상했습니다. 아직도 코에서 기름냄새가 나는 듯 하지만 그러나 안타까운김에 꼭 머지않아 또 한번 다녀와야 될 듯 싶습니다.

어이, 청년부 언제갈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