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대둔산 단풍기행

 

날씨가 예술이었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흐리고 비오고 바람까지 심했는데 지난 화요일은 청명하면서도 올 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몹시 가을다운 날씨였습니다. 성서개론반 야외수업, 교회에서 9시 반에 출발하여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대전을 지나 다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옮겨 탔는데 곧 남대전 나들목이 나왔습니다. 거기서 빠져 금산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약 6km 쯤을 더 가자 숲마을 교회 임강택 목사님과 약속한 상소동이 나왔습니다. 잠시 사택에 들러 지난 주 바자회 수익금 중 일부를 개척교회 후원금으로 전달하고 차 대접을 받은 후 다시 대둔산 완주쪽 들머리를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인 정은숙 집사님 친정곳인 추부를 경유하여 중부대학을 지나 배티재를 넘자 금새 오른쪽으로 대둔산 입구 상가단지가 보였습니다.

대둔산(878m)은 전북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의 경계를 이루는 산입니다. 그래서 충남과 전북이 모두 도립공원으로 지정할 만큼 산세가 빼어난 명산입니다. 그날도 절정에 이른 단풍철이라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온통 중국말과 <권사님! 집사님!>하며 왁자지껄한 걸로 봐서 중국관광객들과 교회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단 케이블카로 산 중턱까지 오른 다음 거기서부터 정상인 마천대까지 등반하기로 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비경도 수려했지만 금강 구름다리 중간쯤에서 감상한 깊은 계곡의 오색향연은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했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삼선계단 좌측 암벽의 눈부신 단풍들도 짜릿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임금바위, 입석대, 장군봉 등의 신비한 암봉들이 도열한 사이로 약수정을 거쳐 다시 한 번 짧은 삼선 구름다리를 건너자 비로소 정상인 마천대가 나왔습니다. 거의 흙은 보이지 않고 가파른 철제 계단과 돌들로만 이뤄진 급한 비탈길이어서 사실 남자들도 오르기가 쉽지 않은 길이었음에도 우리 권사님, 집사님들의 트래킹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네 발로 기는 주법으로 모두가 가뿐하게 정상공격 성공! (무슨 히말라야 등정에라도 성공한 듯 신랑에게 동영상을 날리는 집사님들까지도 있었습니다.)

산 정상 능선의 등산로에는 이미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단풍은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고 일교차가 커야 곱고 아름답다는데 올해는 너무 가물어서 많이 메말라 보였고, 색깔도 붉은 빛보다는 노랗거나 갈색 단풍이 많은 듯 했습니다. 그러나 바위에 의지해 서 있는 나무들은 마치 알록달록한 물감을 풀어 놓은 팔레트처럼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굴참나무 낙엽이 발끝에서 바스락대는 오솔길을 따라 용문골, 용문굴까지 갔다가 다시 케이블카 쪽으로 돌아왔는데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태고사까지는 못 가본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가을 산사의 운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상쾌한 산행이었습니다.

빛깔 고운 대둔산 단풍처럼 모두가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밝게 사시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