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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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神社)란 얼마 전 SBS가 실시한 거리 인터뷰에서 어떤 여고생이 대답한 <젠틀맨>이 아니고, 일본인들이 그들의 조상신을 숭배하는 사당입니다. 일본 전역에는 지금도 8만 여 개의 신사가 존재합니다. <야스쿠니>도 거리 인터뷰에서 어떤 학생이 대답한 것처럼 <야쿠르트> 같은 유산균 음료가 아니라 동경 한복판에 있는 일본 최대의 황실 신사를 말합니다. 야스쿠니는 메이지유신 직후인 1869년 막부군과의 싸움에서 숨진 영혼들을 <호국의 신>으로 모시기 위해 건립한 사당입니다. 이후 일본의 대외 침략에 발맞추어 국가 신도의 군사적 성격을 띠며 일본을 대표하는 신사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야스쿠니>란 <나라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야스쿠니는 황국 신사, 황실 신사로서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들을 호국의 영령으로 제사하고 여기에 천황의 참배라는 정치적 의미까지 더하며 전쟁 때마다 국민들에게 천황숭배와 군국주의를 고무시키는 결정적인 구심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 전몰자들은 천황폐하를 위해 죽음으로써 개개인의 잘잘못과는 상관없이 신(神)이 되어 국민들의 예배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젊은이들은 <죽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며 전쟁터로 떠났을 만큼 모든 가치의 기준을 오직 천황에 대한 충성에 두었으며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의 제신 원리가 곧 국민들의 모든 도덕적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야스쿠니에는 총 246만 여 명의 전몰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도조 히데키> 등 제2차 대전의 A급 전범 14명도 함께 합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의 수장인 총리가 야스쿠니에 참배한다는 것은 곧 민주국가라는 일본이 새삼 옛 군국주의의 망령이요 진정한 전범인 일왕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며 그것은 실제 일본 우익들이 야스쿠니 참배에 부여하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단지 자기들이 전쟁에서 졌을 뿐 일본의 군국주의는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나라와 중국이 분노하며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한국 교회는 식민지 시절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로 숱한 순교자와 교단 분열의 아픔을 겪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모진 상처를 안고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중 양국은 외교적으로 야스쿠니에 대해 일본 당국에 꾸준히 요구해온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립 현충원 같은 묘역을 조성하고 전범자들을 제외한 전몰자들을 별도로 관리하며 추모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묵살해 왔습니다. 이는 아직도 일본이 군국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최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천황만세!> 삼창,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등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제2차 대전의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독일의 경우는 다릅니다.
지난 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인은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대학살) 등 나치 독일의 범죄에 대한 ‘영원한 책임’이 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어 그는 <역사를 직시하고 그 어떤 것도 숨기거나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또 <후손들에게 우리의 과거의 잘못을 바르게 알려야 한다>며 확실한 역사관도 피력했습니다. 물론 독일의 반성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되어 왔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들은 매 번 사과와 철저한 보상을 약속했고 또 이를 실천해 왔습니다. 벌써 전쟁이 끝난 지 67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아직도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을 찾아 생존자들이나 가족, 후손들에게 위로금과 보상금, 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700억 달러(약 77조원)에 이릅니다. 독일은 이런 막대한 물질적 보상뿐 아니라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육하는 나라입니다. 지금도 나치에 동조했던 전범들을 추적하여 처벌하고 있고, 각급 학교 교과서에 자신들의 과거 만행을 빠짐없이 수록하여 후세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국들이 독일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화해하게 된 것도 다 독일인들의 이런 참회하는 모습 때문이었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일본의 난폭한 역주행이 몹시 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