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배추전 레시피

서울 촌사람들이야 이름조차 생소할 테지만 원래 배추전은 <숭채전>이라 하여 명나라 사신의 접대상과 임금님의 생일상, 경상도 북부지방의 잔칫상과 제삿상에는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음식이었습니다.

고기전, 생선전, 녹두전, 파전이라면 몰라도 배추전이라니 저걸 무슨 맛으로 먹을까 하는 사람이 많지만 태백산이 가까운 경북 북부지방의 음식은 본래 투박하고 검소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한 데 대신 뒷맛이 깨끗하고 담백한 게 특징입니다. 배추전도 그렇습니다. 너무 간단하고 소박해서 무슨 선한 게 있을 것 같지 않은 데 막상 먹어 보면 그게 아닙니다. 아삭하고 고소하면서도 달착지근한데 무엇보다 끝맛이 느끼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실파, 참기름을 듬뿍 넣은 양념간장에 찍어 드시면 혼자서도 한두 장은 기본이고, 잘 드시는 분은 앉은 자리에서 네다섯 장까지도 너끈히 해치웁니다. 배추전은 금방 부쳐도 맛있지만 식어도 배추의 그 살캉한 질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입니다. 다른 부침개에 비해 좀 너절하고 남루한 데다 때깔마저 희멀게서 그렇지 고소한 튀김 옷 속으로 숨죽은 배추의 섬유질이 그대로 느껴지는 최고의 웰빙전입니다.

재료는 우선 배춧잎을 낱장으로 따서 깨끗이 씻습니다. 살짝 절여도 되고, 어떤 분들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기도 하지만 그냥 뻣뻣한 생배추를 부치셔도 한 쪽을 익혀서 뒤집으면 곧 차분해 집니다. 배추는 가능하면 여린 속대로 준비하시고, 두꺼운 줄기부분은 세로로 칼집을 넣어 부치실 때 들뜨지 않게 하시면 편리합니다. 다음은 밀가루나 부침가루로 부침 옷을 만드는데 가루를 물에 잘 개고 달걀을 한두 개 더 풀어 약간 묽게 하는 게 좋습니다. 이제 달궈진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배춧잎을 반죽에 푹 담궜다가 후라이팬에 올리면 되는데 이때 배춧잎만 먼저 올리고 그 위에 반죽을 떠다 부은 다음 다시 뒤집어서 똑같은 방식으로 옷을 입히셔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든 후라이팬에 배춧잎을 얹을 때는 줄기부분과 잎부분이 교차되게 몇 장을 가지런히 펴고 지근지근 눌러가며 부치셔야 서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배춧잎의 오무라진 안쪽이 바닥으로 가도록 펴시는 게 좋습니다.

앞뒤가 노릇노릇하게 다 구워진 배추전은 김장 김치나 묵은지를 먹듯 결을 따라 쭉쭉 찢어서 드셔도 되고 도마에 펴놓고 한 입 크기로 반듯반듯 네모나게 썰어서 드셔도 좋습니다. 일단 드시면 부침가루는 바삭바삭하고 배춧잎은 아삭아삭하여 씹을수록 고소하고 촉촉한 맛을 느끼실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오후예배도 없겠다 일찍 들어가서 어제 부쳐놓은 배추전이나 먹어야겠습니다. 좋은 추석 연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