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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예수

영국 일간지 <더 선>의 지난 8월 31일자 표지 인물은 <시베리아 예수>였습니다. 최근 BBC나 AFP, 데일리 메일, 독일의 슈피겔 같은 서방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시베리아 예수>란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인 페트로파블로프카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과 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세르게이 트로프(48세) 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는 전직 경찰관으로 18년 전인 1991년 야간근무를 하다 자신이 곧 <재림 예수>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천 년 전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이 자신을 통해 새롭게 재림하셨다는 겁니다. 트로프의 트레이드 마크는 우리가 흔히 성화나 영화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한 외모입니다. 긴 머리카락과 턱수염, 인자한 미소, 통으로 늘어뜨린 흰옷에 샌달까지 신은 그의 용모는 영락없는 영화 속의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현재 그를 따르는 신도는 약 5천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점점 그 수가 늘고 있으며 아예 그가 사는 마을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면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열광하는데 그를 따르는 신도 중에는 교수, 의사, 기자, 예술가 등 지식인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사는 페트로파블로프카 마을 곳곳에는 그의 사진이 들어간 기도용품들이 성물로 팔리고 있고, 또 그의 사진 앞에 촛불을 켜고 하루 세 번씩 기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자칭 재림 예수인 트로프와 그의 신도들은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이며 담배와 술도 엄격히 금하고 병원 치료와 의약품 사용도 금기시하며 정규 교육도 반대하여 오직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성경 교육만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트로프가 혹세무민하여 사욕을 채우고 있다고 비난하며 그는 사이비 교주일 뿐 진실한 종교인이 아니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고, 외신들은 구 소련정권 붕괴 후 아직도 러시아인들이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과거 종교를 엄격하게 통제했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많은 신흥 종교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앞으로도 제2, 제3의 재림 예수가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로프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폴란드, 영국 등지를 순례하며 해외 포교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대단히 고무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영국의 BBC는 <예수와 흡사하게 꾸민 분장 효과> 때문이라며 냉소적인 평을 했지만 기성 교회들은 성도들의 동요를 우려해 매우 걱정스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자칭 <재림 예수>라면 우리나라가 원조고 우리나라에 가장 많을텐데 <시베리아 예수>에 자극 받아 괜히 또 다른 재림 예수를 꿈꾸는 이단이 나올까 저도 조금은 염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