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의 빛과 어두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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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에 있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결국 <국장>(state funeral)이 아닌 <국장에 준하는 장례식>(ceremonial funeral)으로 치러졌습니다. 좌파 영화감독인 켄 로치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총리시절 대처가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사실에 빗대 <대처의 장례식도 민영화하자!>고 불을 지피자 가디언도 <대처의 무덤 앞에서 춤을 출 수는 없지만 국장은 하지 않는 게 옳다>며 거들었고,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대처리즘은 우리를 여전히 살해하고 있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혹평하며 국장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대처의 장례식에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지 말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영국 정부는 국장보다 한 단계 격을 낮춰 런던의 세인트 폴 성공회 교회에서 조촐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대처 전 총리의 서거 소식이 들리자 샴페인을 터뜨리며 그녀의 사망을 축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수십 명씩 로칼에 모여 환영파티까지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토니 블레어 전 총리까지 나서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축하파티를 벌인다는 것은 대단히 저급한 취미>라며 비판했을까요? 그럼에도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장례식 당일 시위자들이 고인의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도로변에 서 있다가 일제히 등을 돌리는 퍼포먼스로 대처리즘에 항의했다고 보도했고, 또 일부는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삽입된 <딩동, 마녀가 죽었다>는 곡을 부르며 런던 시내를 시위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지도자로 평가 받아온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총리직을 무려 세 번이나 연임하며 20세기 후반 쇠퇴하던 영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전 세계가 그녀가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과 흔들림 없는 <신념의 정치>를 떠올리며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는데 정작 영국에서는 이처럼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대처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증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가를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양극화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대처가 총리 자리에 오르던 1979년의 영국 사회는 2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에 높은 실업률, 끝없이 이어지는 파업 등으로 만신창이였습니다. 대처는 곧 그 고질적인 <영국병>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대처리즘>의 실행에 들어간 것입니다. 우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존 노동당의 복지정책을 뒤엎고 과도한 복지지출을 대폭 줄였습니다. 경쟁력을 상실한 채 툭하면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던 석탄, 통신, 항만, 교통, 가스, 전기, 철강, 항공, 자동차 등의 공기업들을 모조리 민영화했습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공공지출을 극단하게 축소함으로써 인플레이션도 크게 완화했습니다. 모든 규제를 풀고 경쟁을 촉진하며 시장주의 경제 질서를 최대한 존중했습니다. 외환시장을 자유화하고 소득세를 감면하고 대신 노조활동은 강하게 압박하며 제한했습니다. 대처야말로 <개혁자>이자 <시장 경제의 파수꾼>이었습니다. 그 결과 파산 직전의 영국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놓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처가 처음 영국 사회에 도입한 신자유주의가 이제는 현대 글로벌 경제의 근간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처리즘의 작은 정부 지향, 공기업 민영화, 복지지출 삭감, 노조활동 제한 등은 대규모 실업사태와 함께 사회 양극화 현상, 노사 갈등을 유발해 끝없는 파업과 시위로 몸살을 앓으며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세력과 단호하게 맞서며 흔들림 없이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관철했고 그 과정에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처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효율을 빌미로 노동계급에 대한 지나친 희생을 강요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1980년대 영국 사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여전히 진보와 보수의 정체성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이 시대 한국 사회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아 보이는 <근혜리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대처리즘은 지난 시대 영국 우파의 성공이념이자 좌파와 진보진영의 과오에 대한 뼈아픈 자성에 다름 아닙니다. 21세기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사회·경제적 이념의 참된 모델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나는 철의 여인 대처가 오늘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