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1890",
  "title": "김은국의 \"순교자\"",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09-06-27T14:52:47",
    "original_updated_at": "2009-06-27T14:52:47",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br>
&lt;순교자&gt;의 작가 김은국 씨가 지난 주 2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자택에서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일제 강점기, 남북분단 등을 겪었고 서울 상대를 다니다 6.25를 맞습니다. 통역장교로 군에 입대한 그는 미군들과 근무한 인연으로 제대 후 도미하여 존스홉킨스대, 하버드대 등에서 수학했으며 매사추세츠대에서 창작법을 강의하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교환교수로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재직하기도 했는데 그때 모 커피회사의 모델로 TV광고에 출연하며 &lt;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gt;는 카피까지 직접 만들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br>
<br>그의 데뷔작 &lt;순교자&gt;는 1964년 미국에서 발표한 영문소설(The Martyred)입니다. 당시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발표되자마자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고, 뉴욕타임스는 &lt;도스토옙스키와 알베르 까뮈의 문학세계가 보여준 위대한 도덕적, 심리적 전통을 잇는 작품&gt;이라며 극찬했는가하면, 1969년에는 한국인 작가 최초로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합니다. 그 후 이 작품은 한국어, 독일어, 불어 등 20여개 언어로 번역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연극, 영화, 오페라로 각색되어 공연되기도 했습니다.</p>
<!-- paragraph:p0002 -->
<p>&lt;1950년 6월 어느 이른 아침, 전쟁은 벌어졌고 …&gt;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 &lt;순교자&gt;는 6.25 발발 직후 인민군이 진주한 개성부근의 한 교회를 무대로 개신교 목사들의 순교와 배교 사이의 고뇌를 형상화한 작품인데, 6.25 전쟁 중 실제 벌어진 사건을 작가적 해석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군에 밀려 후퇴하기 직전 인민군이 14명의 개신교 목사를 체포하여 심문하고 고문하다 결국 처형하는데 놀랍게도 거기서 2명이 살아남습니다. 변절과 개종을 강요하며 고문하던 골수 공산당이 골수 성직자를 동정해서였을까?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예수를 부인하고 배교한 목사들은 단호하게 처형하고, 죽음이 두려워 정신이상자가 된 &lt;한 목사&gt;와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을 지킨 &lt;신 목사&gt;는 살려 준 것입니다. <br>
<br>그러나 이때부터 참 기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유일하게 지조를 지켰던 신 목사가 신도들 앞에 나가 자기는 배교하고 예수를 부인해서 살아났고, 죽은 12명의 목사는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서로를 격려하다 마침내는 승리의 확신 속에서 순교했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순교의 길을 가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용서해 달라며 눈물로 사죄를 빌기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체적 진실은 그와 정반대였는데, 죽은 자들은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며 배교하고 개종을 맹세하고 서로를 탓하다 &lt;개같이 죽었고&gt;, 신 목사만은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의연했음에도, 자신에게는 도리어 &lt;매도자&gt;의 십자가를 지우고 비겁하게 죽은 12명의 목사들에게는 &lt;순교자&gt;의 영예를 안기며 끝까지 신도들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국 중공군의 개입으로 또 다시 그 지역이 인민군의 점령지가 되고 많은 이들이 남쪽으로 피난을 떠납니다만, 신 목사는 끝내 양떼 곁에 있겠다며 거기에 남습니다. <br>
<br>소설 속의 화자인 이 대위와 헤어지며 신 목사가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p>
<!-- paragraph:p0003 -->
<p>&lt;인간을 사랑하시오, 대위. 그들을 사랑해 주시오! 용기를 가지고 십자가를 지시오 …&gt;<br>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