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인생역전 스토리

영국 ITV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 2007년 예선전에 한 사내가 출연했습니다. 허름한 정장에 불룩 나온 배, 부러진 앞니, 비호감형 외모에 영 자신 없어 보이는 듯한 표정, 어눌한 말투 .... . 하여간 무대에 나온 출연자 중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 조차도 팔짱을 끼거나 볼펜으로 장난을 치며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왜 나왔죠?> 심사위원장 사이먼이 물었습니다. <저 ... 오페라를 부르려구요.> <해 보세요.> 사내가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Nessun Dorma> 였습니다. 그런데 곧 희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심사위원석과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오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고단한 삶을 살아온 어느 휴대폰 외판원의 인생이 극적으로 역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8천 3백만 회라는 경이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데뷔 앨범 <One Chance>는 5백만 장 이상이 팔려 밀리언 셀러의 성공을 거두었으며 올해 초에는 다시 2집 앨범 <열정 Passion>을 발매해 각국에서 최고의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며 노래 한 곡으로 졸지에 수퍼스타가 된 폴 포츠(Paul Potts, 38세)는 어린 시절 키가 작고 뚱뚱하고 말을 더듬고 못 생겼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늘 왕따를 당했습니다. 버스 운전을 하는 아버지와 동네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한 번도 전문적인 음악교육이나 지도를 받은 적이 없었지만 교회 성가대와 방파제, 학교 옥상 등에서 홀로 노래 연습을 하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도 종양수술과 끔찍한 오토바이 사고로 몇 번이나 대수술을 받는 등 오페라 가수를 꿈꾸기에는 너무도 많은 시련과 약점을 가졌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지난주 15일 저녁 서울광장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현장에 직접 가지 못하고 인터넷 생중계로 관람했습니다만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검정색 턱시도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의 모습에서 처음 영국 TV에 출연했을 때의 촌스러움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묵직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뿐 아니라 우수에 찬 눈빛까지 그의 목소리는 만들어진 성악이 아니라 진솔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함과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1만 5천 명이 모였다는 서울광장에서 그가 처음 부른 곡은 로베타 플랙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La Prima Volta>였습니다. 잔잔한 현악 반주에 맞춰 첫 곡을 열창한 뒤 <이 아름다운 서울에서 노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서툰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자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에서 <별은 빛나지만>, 그리고 파바로티가 불러 유명해진 <Il Canto>, 2집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간다는 쇼팽의 <Tristesse>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는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그에게 우승을 안겨 준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다시 선사하며 30분간의 꿈같은 무료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주님이 25년 만에 제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고백한 희망의 메신저 폴 포츠, 평론가들은 여전히 그에 대해 가혹하지만 저는 그의 더 큰 성공을 기대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그의 노래가 과연 어느 경지에까지 이를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켜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