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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미국의 교양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인 히스토리 채널이 작년 1월에 방송해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영화 &lt;인류 멸망 그 후&gt;(Life After People)를 봤습니다. 국내에서도 작년 제5회 서울 환경 영화제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는데 저는 최근에야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 받아 보았습니다.<br><br>어느 날 이 지구에서 인간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동안 인간이 구축해 온 모든 질서가 무너지면서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닥치지는 않을까요? <br>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영화는 인류의 멸망을 가정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지구상에서 인류의 흔적이 어떻게 지워지고 또 인간이 파괴한 자연이 어떻게 복원되는가를 장장 2시간 동안 각계 전문가들을 동원한 해설과 함께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데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br><br>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진 첫 날, 대부분의 발전소에서 전력이 송출되지 않아 암흑천지가 되고, 10일이 지나자 슈퍼마켓에 진열된 과일들이 썩기 시작합니다. 집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애완동물들은 수 주 내에 죽고, 탈출에 성공한 동물들은 도둑양이처럼 도시를 배회합니다. 1년이 지나자 주차장 도로 같은 데서도 잡초들이 자라나 도시를 푸르게 수놓으며 건물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5년이 지나면 도시 곳곳에 숲이 이뤄지고, 10년이 지나면 바다가 활기차게 되살아나고, 도시는 더욱 녹색으로 변해 야생동물들이 대거 도시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생태적 조화가 이뤄집니다. 20년이 지나자 건물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인도와 도로의 구분이 사라져갑니다. 50년이 지나면 방치된 자동차가 부식되어 기본구조만 남고, 100년이 지나면 인류 역사와 문화의 기록 장치들인 종이와 필름, 디지털 데이터인 CD나 DVD도 다 소멸되어 인류에 대한 모든 기록이 사라집니다. 100-300년 사이에는 자연적인 산화작용으로 인류가 만든 모든 인공 구조물들이 지구 전역에서 붕괴되기 시작하는데 파리의 에펠탑도 200년을 못 넘깁니다. 1000년이 지나면 도시는 완전히 사라지고, 이 지구상에서 더 이상 인간의 흔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데 단지 석조 구조물들인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미국의 러시모어상 등은 그 형체가 더 오래도록 남습니다. 1만년이 지나면 드디어 모든 지구 생명체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완벽한 원초의 자연으로 되돌아갑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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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지구 역사 45억년, 그 중에서 인간이 이뤄 온 문명은 채 1만년도 안 되는데 그동안 인간에 의한 자연환경의 파괴는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뤄져 왔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 후반으로 갈수록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간들이 이 지구에서 사라져주는 게 수많은 지구 생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인간이 없으면 망할 줄 알았던 지구가 인간이 사라지자 오히려 더 역동적으로, 더 아름답고 조화롭게 회복되는 과정을 보며 심한 자괴감도 함께 느꼈습니다.<br></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