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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비가 되고 싶어 - 고 장영희 선생님께

엊그제 스승의 날 오후 교보에 들러 선생님의 유고집 <살아온 기적, 살아 갈 기적>을 샀습니다. 사실 저는 선생님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 무슨 다른 인연은 꼽을 게 없습니다만 평소 선생님의 진솔한 글이 좋아 <생일>이며 <축복>,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 <내 생애 단 한 번> 같은 작품들을 두루 섭렵한 광팬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선생님 영전에 글 한 줄 올리고 싶다면 결례가 될까요?

어느 책에선가 선생님은 <길고 가늘 게 사느니 굵고 짧게 사는 게 낫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데 굵고 짧게 살다 가느니 보일 듯 말듯 가늘게 살아도 오래 살고 싶다>고 하셨지요. 또 <하나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넘어 뜨린다>고 믿는다며 <힘들어서, 너무 아파서, 짐이 너무너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하며 늘 노심초사했고 이 고통의 나날들이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늘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남들은 다 <천형>(天刑)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불운을 굳이 <천혜>(天惠)라고 우기며 마지막 투병과정에서도 놀라운 생의 의지를 불태우셨습니다.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난 여전히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그토록 기다리던 이 새봄에 선생님은 먼 길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영문학자요 수필가, 번역가, 선천성 1급 지체 장애자, 2001년 이후 8년간 세 차례나 암 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다 지난 9일 낮 12시 50분, <엄마!>라는 말 한 마디 남기고 5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희망 전도사> 장영희 선생님.

이제 당신은 영원한 <문학소녀>가 되셨습니다. 저와 같은 수많은 익명의 독자들과 대학에서 직접 가르치고 지도한 제자들에게 희망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영원한 스승이 되셨습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살 것이다> 라던 선생님, <살아온 기적 살아 갈 기적> 프롤로그에서 <나, 비가 되고 싶어> 하셨지요? 이제 아픔도 없고 더 이상 목발도 필요 없는 천국에서 훨훨 <나비>처럼 사십시오. 통증과 피로감으로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사흘이나 걸려 82세의 어머니에게 남기신 당신의 마지막 편지가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엄마, 미안해. 이렇게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빠 찾고 있을게 ... 난 엄마 딸이라 참 좋았어 ...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살다 나중에 만나.>

그래, 아빠는 찾으셨는지요? 요즘 천국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