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체 어느 별에서 온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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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있었던 헌재 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몹시 착잡하게 했습니다. 가진 자의 온갖 <특권>과 관행 혹은 관례라는 이름으로 피해가는 숱한 반칙들, <항공권깡>이라는 희한한 신조어도 어이가 없었지만 <특수업무경비>라는 눈 먼 공금 수억을 개인계좌에 넣어두고 마치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얘기에도 몹시 허탈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주에는 또 이런 보도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부회장인 이재용씨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국제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란 비싼 학비 때문에 국제 중학교가 <귀족학교>란 논란이 일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라는데 이재용씨 아들의 경우 이혼한 부모의 자녀라는 이유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됐다는 해명입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몰염치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래서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데, 그런 중에도 지난 주 지구촌 소식 가운데는 빌 게이츠의 기부 얘기도 있어서 그나마 큰 위안이 됐던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부자, 착하고 통 큰 청지기, 세계 부호 서열 제2위인 빌 게이츠는 늘 우리가 희망하고 그리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참된 표상입니다. 21일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최근 그가 자기의 전 재산인 650억 달러(약 69조 1299억원>를 모두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겠다고 밝히고, 우선 향후 6년간 18억 달러(약 1조9천208억원)를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그의 부부 이름을 딴 <빌엔드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280억 달러를 출연했고, 그 가운데서 80억 달러 이상을 이미 세계 보건 개선을 위해 집행했습니다. 빌 게이츠 못지않은 부자인 워렌 버핏도 이 재단에 175억 달러를 기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습니다. <아흔 아홉 개를 가진 사람이 한 개 가진 사람의 것을 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탐욕을 고발한 말인데, 성경에도 어떤 부자 청년이 <모든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가재물이 많은 고로 슬픈 기색을 띠고 갔다>(막 10:21-22)고 했고 그 청년을 보신 주님의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하신 말씀도 있는데, 빌 게이츠는 대체 어느 별에서 온 별종일까요?
그는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대학 중퇴자인 나에게 성공을 안겨다 준 이 세상에 보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나에게 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아무런 효용이 없다>, <돈의 참된 효용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자들을 위해 기구를 만들어 그들의 필요를 지원하는 데 있다>, <먹고 입을 것이 충분한 나로서는 내 자신을 위해서는 더 이상 돈을 쓸 데가 없다. 나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는 일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 한다>.
저는 저와 같은 나이인 그가 그토록 많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위대해 보이지만 그걸 다 아낌없이 기부하겠다고 작정한 그의 결단이 더욱 불가사이해 보입니다. 빌 게이츠의 기부 소식은 항상 우리의 입이 쩍 벌어지게 합니다. 이번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1조9천억이란 돈도 저로서는 잘 상상이 안 되고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해에 태어나 올 새해까지 연봉 1억씩을 받아 단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 해도 겨우 2013억 밖에는 안 되는데 …. 하나를 가진 사람이 하나를 내놓기는 쉬워도 열을 가진 사람이 아홉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법입니다. 그럼에도 빌 게이츠는 그렇게 했습니다. 온갖 파렴치한 치부를 다 하고도 아무런 부끄럼도 가책도 없는 이 나라의 가진 자들의 철면피한 모습을 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빌 게이츠의 기부 소식을 듣는 순간 후련해 진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받은 자로서의 감격과 기쁨 때문에 아낌없이 기부하고 또 거기에서 삶의 참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 이 지구촌에, 그것도 동시대에 빌 게이츠 같은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맙고 감사하고 몹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