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마야 종말 카운트다운

금주는 참 바쁩니다. 19일은 대선, 21일은 지구 종말입니다. 지금 저렇게 피 터지게 싸워 대통령에 당선돼 봤자 기껏 <3일천하>일 뿐입니다. 지난 6일 유투브에 호주 총리 <줄리아 길러드가 세계 종말을 연설하다>(Julia Gilard Addresses the End of the World)는 제목의 동영상 하나가 떴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 고대 마야인들의 12월 21일 지구 멸망 예언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1분 남짓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한 길러드 총리의 담화 가운데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마지막 대목입니다. <식인 좀비와 악마 같은 짐승들이 출현하고 ‘K팝’이 세상을 지배하는 등 최후의 일격(final blow)이 가해진다 해도 저는 끝까지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종말 열풍에 대한 조크 내지는 풍자라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 네티즌들은 길러드 총리가 K팝을 종말의 징조로 든 데 대해 뜨아한 표정이었습니다. 저로서도 이게 과연 일국의 수상이 자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연설이고 농담인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미국도 지난 3일 연방정부 포털(usa.gov) 블로그를 통해 마야 종말론을 공식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구는 12월 21일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멸망하지 않는다>며 <거짓투성이 루머 때문에 불행하게도 많은 이들, 특히 어린이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사실이 아닌 잘못된 정보에 속지 말라>고 경계했습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이미 지난 달 30일 블라디미르 푸치코프 비상대책부 장관 명의의 담화를 통해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관측하고 분석해 봤지만 12월 하순 이 세계가 끝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정작 러시아 국민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눈보라와 얼음폭풍, 토네이도와 홍수, 식량, 전기 및 물 부족 현상이지 절대 지구 종말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로마 교황청도 지난 주 12일 <마야 종말론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결코 2주 내에 종말은 맞지 않을 것>이라며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잘못된 종말 선동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 NASA도 계속 지구 멸망설에 대한 경계령을 발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폭주하는 종말론 민원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데이비드 모리슨 선임연구관을 담당자로 홈페이지(www.nasa.gov) 상의 특별코너까지 만들어 상담에 응하고 있습니다. 모리슨 박사는 그 코너에 올린 글에서 <지금 여러분 가정에 걸려 있는 달력이 12월 31일로 끝나듯 마야인들의 달력 역시 2012년 12월 21일로 한 주기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는 것일 뿐이므로 마야 ‘달력의 끝’을 곧 ‘세상의 끝’으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만약 ‘나비루’ 행성이 실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면 적어도 10년 전부터는 과학자들이 관찰해 왔을 것이고, 그 행성이 정말 21일에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면 지금쯤은 누구나 육안으로 그 행성을 똑똑히 볼 수 있어야 한다>며 <나비루 행성은 실체가 없는 상상 속의 행성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지금 종말론을 믿는 많은 사람들이 먹지도 자지도 않고 걱정하고 있고, 어린 학생들까지도 지구 종말이 두렵다며 우울증과 절망감, 자살 충동까지 호소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7일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최근 세계 도처에서 지구 종말에 대비한 사재기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양초와 인스턴트 식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고, 미국에서는 지하 아파트, 방공호 계약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키르프와 노보쿠즈네츠크 지방에서는 석유와 소금, 손전등, 보온병 등을 구매하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고,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지의 마야 유적지 호텔들은 종말 순례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 <최후의 안전지대>라고 소문이 난 프랑스 피레네 지방의 작은 마을 뷔가라는 연일 쏟아져 들어오는 종말론자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 최근 주민 자치회가 외지인들의 마을 접근을 금지하기로 결의하고 중앙정부에 군 병력까지 요청하며 통제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왠지 이 마야 종말론이 종말 내성, 종말 불감증에 빠져 사는 오늘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종말의식과 종말론적 삶을 일깨워 주는 하나님의 계시처럼 보입니다. 


모쪼록 다음 주일에도 꼭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