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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graph:p0001 -->
<p class="p1">바울을 로마로 호송하던 상선이 지중해를 통과하여 가까스로 크레타 해안의 &lt;아름다운 항구&gt;라는 곳에 가 닿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항구는 겨울을 나기에 적절치 않다며 굳이 뵈닉스로 갈 것을 주장합니다. 노를 저어야 하는 죄수들의 고달픔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오로지 그 도시에서 즐길 환락만을 생각하며 우기는 이들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여기서 겨울을 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 사람은 바울이었습니다. 결국 백부장은 바울의 말을 묵살하고 선장과 선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항해를 계속합니다. 그러나 그 배가 유라굴로 라는 초특급 태풍을 만나 표류하기 시작한 것은 미항을 떠난 지 불과 며칠만의 일이었습니다. 거센 풍랑에 밀려 무려 십사일 동안을 떠돌다 몰타 섬 어느 해안 가까이서 결국 배는 좌초하고 맙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모두 부서진 뱃조각에 의지하여 무사히 뭍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lt;지금의 풍향&gt;만을 믿고 항해에 나섰던 자들의 파란만장한 뱃길이었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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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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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일은 때로 겨울을 나기에 적절치 못한 항구에서도 정박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것이 불편하다하여 &lt;현재의 풍세만으로&gt; 항해를 결정하게 되면 자칫 파선을 면치 못하는 운명에 처해질 수도 있음을 증언하는 소중한 성경 말씀입니다. 그게 다 미항에서 나는 겨울이야말로 새로운 항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신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지 못한 소치입니다. 이렇듯 세상살이의 지혜란 언제나 지금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그 풍세만을 살펴 어느 쪽을 향해 돌아 누울 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저 산 너머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지 아니면 그것이 곧 사라지고 말 것인지를 판별하여 어느 편에 붙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 처신의 경륜은 늘 바람 부는데 섣불리 씨를 뿌리지 말고, 잔뜩 구름이 낀 날 추수하겠다며 들녘에 나서지 말라고 훈육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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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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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어느 나라나 그런 세상 경륜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정치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소신을 바꾸고, 또 다른 줄에 끼어들어 영달로 치닫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오히려 북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들판에 나가 파종을 하셨고, 먹구름이 잔뜩 낀 날 도리어 추수의 때를 선포하셨습니다. 하기야 그래서 광야의 마파람과 장대같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 홀로 남겨진 존재가 됐지만요. 오죽하면 제자들마저도 주님의 그 길을 가로막고 서서 보다 현명하게 처신하시기를 요구했을까요? 제자들의 눈에도 주님이야말로 참 세상물정 모르고 늘 꿈속에서만 사는 순진한 존재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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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3"><br></p>
<!-- paragraph:p0007 -->
<p class="p3">하나님이 욥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lt;너의 지혜가 그토록 깊고 넓은가? 네가 인생을 다 살아봤는가? 그렇다면 바다 속 깊은 곳 그 근원까지 가 보았는가? 눈을 쌓아 둔 창고에 들어가 보았는가? 동풍이 부는 그 시발점까지 가 보았는가? 네가 사자의 먹이를 계속 댈 수 있는가? 매가 높이 솟아올라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네게서 배운 것인가? 독수리가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튼 것이 네 명령을 따른 것인가? 악어의 입속에 네 손을 넣고도 그게 성하겠는가?&gt;(38-39장) 이것은 곧 지금 잠시 부는 남풍에 목숨을 걸지 말라는 뜻이요, 그것만으로 이 세상을 다 안 듯 처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고난의 시기가 왔다고 하나님의 궁극적인 &lt;경륜&gt;을 자신의 서푼 지식으로 곡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보기에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듯해도 하나님의 지혜를 당할 자는 없으며 세상이 보기에는 이미 다 끝나버린 듯해도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역사의 드라마에는 언제나 그 모든 것을 일거에 부숴버리는 반전의 클라이맥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때로 우리는 감사할 수 만은 없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난 앞에서 남들처럼 &lt;크레타의 미항&gt;을 떠나  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침을 명하여 동이 트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며 땅의 옷깃을 잡아당겨 악한 자들을 털어내시고 겸손한 자들을 세워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도 하나님이심을 결코 잊지 마십시오. 비록 환경은 열악하지만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항구 이&lt;크레타의 미항&gt;에서 겨울을 나십시오. 결코 찬 겨울바다를 표류하거나 좌초하는 불행은 없을 것인 즉.</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