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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김진형 님의 물음에 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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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고 김수환 추기경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없기도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애도의 글을 발표한 터라 저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진형 님이 지난 2월 20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뒤늦게서야 보고 서둘러 이렇게 답문을 씁니다. 김진형 님은 왜 우리 개신교에는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이 없냐며 &lt;이름만 들어도 자세가 고쳐지고 마음이 경건해지는 어른을 알고 싶다&gt;고 했습니다.<br><br>소설가 최인호 씨는 지난주에 나온 &lt;샘터&gt; 4월호의 연작소설 &lt;가족&gt;을 통해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lt;일주일 내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흘렸다&gt;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역사상 그 누구의 죽음도 이처럼 자발적이고도 대대적인 애도를 받아 본 적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대중적인 정치인이나 연예인도 아닌 한 종교인의 장례가 이토록 범국민적인 추모 속에서 치러졌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것은 다 고인의 인품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일 것입니다.<br><br>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부패세력들에 대한 비판, 극좌와 극우를 다 경계한 균형 잡힌 사고, 겸손과 헌신, 장기를 기증하고 인공적인 생명연장을 사양하며 존엄하게 맞은 죽음까지 그는 실로 범인들과는 다른 매우 고매한 덕성을 가진 성직자임에 틀림없었습니다. <br><br>그럼에도 김 추기경 서거에 대한 이 높은 국민적 관심이 곧 지금 우리 사회에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정신적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었고, 또 최연소 추기경이었으며 그 어떤 종교지도자보다도 특히 독재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원래 가톨릭의 사제는 개신교의 목사에 비해 가족의 생계나 자녀교육, 부부갈등 같은 사적, 인간적 문제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사회의 보편적 가치나 공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독신서원 자체가 어려운 것이지만 그러나 한 번 결단하고 나면 가정을 가진 종교인들보다는 성직에 전념하기가 한결 수월할 거라는 것입니다. <br><br>이에 비해 개신교는 제도적으로도 이미 김 추기경과 같은 지도자를 배출하기가 어려운 구조인데, 그럼에도 과거에는 그런 인물이 없지 않았습니다. 고당 조만식, 월남 이상재, 남강 이승훈, 도산 안창호를 비롯해 주기철, 손양원 그리고 최근에 작고한 한경직, 장기려, 김용기 같은 지도자들이야말로 정말 &lt;이름만 들어도 자세가 고쳐지고 마음이 경건해지는&gt; 우리 민족사의 훌륭한 어른들이었음이 분명합니다. <br><br>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개신교는 전혀 그런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인물난과 더불어 인품이나 덕성보다는 무조건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따르는 물량적 풍조와 세속적 가치관에 젖어 앞으로도 한참 김 추기경과 같은 인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 김 추기경의 서거와 그를 애도하는 국민적인 추모열기를 보며 우리 개신교는 많은 부끄러움과 도전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특히 지도자들의 대오 각성과 진심어린 자기 성찰이 요구됩니다. 김진형 님은 &lt;지금 이 나라는 국민 모두가 천주교 신자가 된 듯 한 분위기&gt;라고 했는데, 정작 개신교 쪽의 풍경은 영 딴판입니다. 교단마다 교단장 선출 후유증으로 지리한 법적 공방을 벌이며 아무런 반성도 위기의식도 없이 진흙탕 싸움만 계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개신교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교회 현실을 개탄하며 국민들과 성도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를 빕니다.<br></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