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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오늘은 삼일절 90돌이자 사순절 첫째주일입니다. 뜻 깊은 민족사적 절기요 유수한 교회사적 절기입니다. 삼일절이 우리 민족의 고난과 기개를 되새기는 날이라면 사순절은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을 기리는 절기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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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희랍신화에 나오는 거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배반하고 신만이 독점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줍니다. 그러나 결국 제우스의 진노를 사 코카서스 바위에 동철로 결박된 채 독수리에게 간을 뜯겨 죽습니다. 삼일운동은 침략자인 일본에 대한 보복행위나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못 가진 자에게 주고자 한 프로메테우스적인 혁명이 아니었습니다. 무저항 비폭력을 내세운 것이나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만세를 부르다 고스란히 잡혀간 것을 보면 민족대표 33인이야 말로 민족의 제단에 자신을 바친 화해의 제물들이었습니다. 수원 제암리에서는 마을 전체가 만세운동에 가담했음에도 일본 순사들이 교인들만 예배당에 가두고 불을 질러 30명 모두가 타 죽었습니다. <br><br>그런데 실은 주님의 고난도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원수된 하나님과 인간을 서로 화해시키고자 십자가에 높이 달리시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한 쪽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 쪽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더불어 살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br><br>사순절(Lent)이란 부활절 전 40일간의 고난기간을 말하는데, 주일은 &lt;고난&gt;이 아니라 &lt;부활&gt;을 기념하는 날이므로 사순절 기간에서 제외됩니다. 주후 325년 니케아 회의 때 제정된 이 고색창연한 절기가 사순(四旬), 40일인 것은 주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며 고행하신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그러나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lt;40&gt;이란 성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40년간 광야에서 유랑했고, 또 모세는 애굽에서 40년, 미디안에서 40년, 시내산에서 40일을 금식한 후 십계명을 받았습니다. <br><br>올 사순절은 이미 지난 주 25일, &lt;재의 수요일&gt;(Ash Wednesday)부터 시작됐습니다. &lt;재&gt;란 죄에 대한 참회의 상징입니다.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굵은 베옷을 입고 머리에 검불을 쓰고 재 위에 앉아 회개했습니다. 따라서 사순절은 참회와 자기 성찰, 고행과 헌신의 절기입니다. 고기도 삼가고 일체 술이나 가무도 금하며 근신하고 금욕하는 기간입니다. 초기에는 이를 더욱 엄격하게 지켜 하루 한 끼 저녁만 먹되 채소와 달걀만 허용됐고, 또 자주 단식이 강요되어 사제들에게는 일년 중 가장 힘든 고행의 계절이기도 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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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우리는 참 슬픈 역사를 살아온 민족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백척간두에 서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업과 실직의 불안한 그림자가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당혹스런 현실 앞에서 다들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은 결국 부활의 새 생명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미래의 개막을 의미합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부디 이 사순절과 함께 여러분의 가슴속에 하나님의 큰 꿈이 잉태되기를 바랍니다.<br>90년 전 삼일절 때 가졌던 그 희망과 이상이 고난의 절기를 넘어 부활의 새로운 현실로 다가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br></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