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So help me God !

저는 이번만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꼼꼼히 지켜 본 적은 없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미국인들의 관심도 과거 어느 때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 취임식 당일 영하 6도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200만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그 역사적인 광경을 지켜봤다니 신임 대통령에 대한 자국민들의 기대치를 짐작할만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놀란 것은 미 대통령의 취임식순이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개신교 종주국이라 해도 분명 헌법상의 기독교 국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취임식이 마치 취임예배와도 같았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선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에는 오바마 당선자가 참석한 축복기도회가 있었습니다. 취임식 공식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그 예배는 마침 흑인노예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 탄생 200주기를 맞아 링컨 기념관에서 열렸으며 지난 2003년 숱한 찬반논쟁 끝에 성공회 첫 동성애자 주교가 된 진 로빈슨 신부가 주제했습니다. 취임 당일인 20일 오전 9시, 오바마 당선자는 다시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가까이에 있는 성요한 교회에서 아침예배를 드렸는데 이 역시도 역대 모든 대통령의 취임식 관례에 따른 공식행사였습니다. 정오, 드디어 전 세계 10억 이상의 시청자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막이 오른 제44대 미 대통령 취임식은 새들백 교회의 릭 워렌 목사의 축복기도로 시작됐습니다.

<신임 대통령에게 지혜를 주시고 겸손을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관대함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게 축복해 주시고 보호해 주시옵소서 … 언젠가는 모든 국가와 민족이 주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됨을 기억하게 하소서!>

릭 워렌 목사의 기도는 그 자리에 모인 200만 시민들과 함께 주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취임선서 전 오바마 당선자가 낭독한 성경구절은 역대하 7:14이었습니다.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 이것은 과거 에이브러햄 링컨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낭독한 말씀으로 이번 오바마 당선자도 자신이 직접 이 말씀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침내 선서시간, 오바마 당선자는 연방대법관 앞에서 헌법이 아니라 1861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취임할 때 사용한 바로 그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시작했는데 마지막 <하나님이여,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하며 선서를 마칠 때는 저 역시도 어떤 전율을 느꼈습니다.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연설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진솔하고도 간결했습니다. <…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가 시험에 직면했을 때 그 시험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좌절하지 않았으며 저 먼 곳의 희망의 지평선과 하나님의 축복을 응시하며 전진해 나갔다고 말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합시다!>
그리고 마르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미국 인권운동을 이끌어온 조지프 로어리 목사가 축도를 했습니다. 90세가 넘은 고령의 흑인 목사의 절절한 기도로 취임식을 마무리 한 것입니다.

한 편 취임식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21일의 국가조찬기도회는 여성 목사인 샤롯 왓킨스가 주제했습니다. 전통에 따라 취임식 다음 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개최된 국가조찬기도회는 최초로 장로교파의 여성 목사가 인도했는데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힐러리 국무장관 등 수백 명의 상하의원들이 참석하여 기도로써 지난 3일간의 모든 취임식 공식일정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하나님이여, 오바마 대통령을 도와주소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