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교회 아카이브

삭개오야, 내려오라!

어느 날 예수님이 여리고 라는 마을을 지나셨습니다. 이미 소문이 자자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일행이 지나는 길목마다 그득그득 모여들었습니다. 무슨 특별한 신앙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혹 기적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온 구경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삭개오도 그 무리들 틈에 섞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키가 작아 키 크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가리고 채여 자꾸만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대 중심으로는 나갈 수 없는 현실, 그는 전에도 수없이 그런 아픔을 겪어왔을 터입니다. 툭하면 몸집 크고 힘센 녀석들에게 얻어맞았고, 예쁜 여자 아이들도 힘없고 키 작다며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무 위를 오르기로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약해 보인다 싶으면 사정없이 깔아 뭉개버리는 이 몰인정한 세상을 이길 방도란 오직 자기의 키를 대신 해 줄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좋다, 내가 너희를 죄다 머리꼭대기에서 내려다 봐 주마> 그래서 그가 택한 크고 강한 나무가 바로 로마제국이었습니다. 그는 그 큰 나무를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동족의 피와 땀을 빠는 세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예수님을 보려다 사람들에게 치이고 막히자 곧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대로 잽싸게 뽕나무 위로 올라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들이야말로 이런 삭개오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지 않았습니까? 작고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오랜 역사 이 나라 저 민족에게 채이고 시달리는 동안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는 오기 하나로 얼마나 악악거리며 여기까지 왔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다들 남을 딛고 서라도 한 발 먼저 뽕나무에 올라가 머리꼭대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어 하지 더불어 살고 정의롭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에는 영 서툴기 짝이 없고 또 갈수록 무지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집니다. 다들 남보다 먼저 뽕나무에 올라가지 못해 안달입니다. 그래서 교회를 웅장하게 짓고 싶어 하고, 요란한 집회를 열어야 직성이 풀리고, 내로라하는 스타 강사를 초빙해야만 비로소 예수님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늘 뽕나무 위에 오른 삭개오를 향해 <그 나무에서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살이가 억울하고 서러워 독한 마음을 품고 올라 간 그 높은 자리에서 냉큼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오늘 네 집에 머물겠다>고 하십니다.

성탄절이 박두했습니다. 정말 예수님을 뵙고 싶으신 분들, 내 이름을 부르시며 <내가 오늘 네 집에 머물러야 겠다>고 하시는 예수님의 따뜻한 음성을 꼭 듣고 싶으신 분들은 모두 뽕나무 위에서 내려오십시오! 맺힌 마음의 한도, 억울함도,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도, 터무니없는 피해의식과 교만도 다 내려놓으십시오. 그래야 예수님을 뵙습니다. 그래야 <오늘 이 집에 구원이 이르렀다!>는 예수님의 선언을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