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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반 고흐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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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좀 아껴뒀다가 천천히, 여유롭게 음미하며 즐기려 했는데 결국은 못 배기고 지난주 수요일 오후 서둘러 다녀오고야 말았습니다.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lt;반 고흐 in 파리&gt;전 말입니다. 그림은 다양한 형태의 채색으로 이루어진 예술입니다. 그런데 한 점의 그림이 때로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고 경이로움과 함께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정신활동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인류 정신사에 족적을 남긴 숱한 예술가들 중에서 반 고흐 만큼 우리의 삶과 정신세계에 가장 가까이 와 있는 듯 느껴지는 화가도 그리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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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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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비록 화가로서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인생 여정이 슬픔과 기쁨, 가난과 좌절, 고통과 인내, 모멸과 천대, 열정과 분노, 포기와 극복 그리고 극단한 고독과 비극적인 최후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삶의 경험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그의 삶과 그림이 시리도록 우리의 가슴에 와 닿고 우리의 영혼을 뒤흔드는 것도 그의 작품이야 말로 화가의 손이 만들어낸 단순한 색의 조합이 아니라 가장 외롭고 아팠던 한 인간의 고뇌를 가감없이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고흐처럼 처절한 인생이 또 있을까요. 고흐처럼 고독한 예술혼이 또 있을까요. 고흐처럼 광기와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한 영혼이 또 있을까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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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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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고흐는 1853년 3월 네덜란드 준데르트에서 개혁교회 목회자의 6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도 목사여서 그의 집안은 오랜 장로교 전통의 성직자 가풍이었고 고흐 역시도 엄격하면서도 온화한 아버지의 영향 아래 3대 목회자를 꿈꾸며 소박한 시골 교회 목사관에서 자랐습니다. 후에 그는 유수한 암스테르담 대학 신학부에 진학하여 성직수업을 받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목회자인 부친의 경제적인 지원이 끊기면서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평신도 설교가로, 다시 벨기에 탄광지역의 선교사, 전도사로 전전하는데 가는 곳마다 교회 당국과 마찰을 빚으며 사역에 실패를 거듭합니다. 1880년 고흐는 결국 설교가의 길과 열렬했던 목사 지망생의 꿈을 접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으며 화상이었던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27세의 늦은 나이에 첫 화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러나 불과 10년간의 짧은 그의 화가 인생은 이전보다 더 처절한 막장이었습니다. 극단한 가난과 고통에 소외와 멸시뿐인 최악의 밑바닥 인생이었습니다. 6개월 간 함께 생활하며 작업하던 폴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수시로 찾아오는 발작증으로 그의 정신과 영혼은 점점 더 피폐해 갔으며 세인들에게는 붉은 수염의 미치광이 화가로 깊이 각인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1890년 6월 집요하게 그를 괴롭히던 정신병이 도져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쏘기까지 그는 무려 8백여 점의 유화와 7백점 이상의 데생을 남겼습니다. 그의 생전에 팔린 작품은 오직 데생 단 한 점 뿐, 그러나 그가 죽은 지 백년 만인 지난 1990년 경매된 그의 작품 &lt;가셰 박사의 초상&gt;은 그림 경매사상 최고가인 우리 돈 850억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제는 19세기 서구 미술의 신화요 전설이 된 이번 반 고흐전은 그의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히는 파리시기(1996년 3월 – 1888년 2월)를 주제로 꾸며졌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여러 점의 고흐 자화상이 선보이는데 고흐는 가난한 탓에 모델을 구할 수 없어 주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은 모두 36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무려 9점이나 전시되어 청년 화가 반 고흐의 그때그때 묻어나는 인간적 번민과 내면의 복잡한 정서가 고뇌에 찬 얼굴에 오롯이 담겨 있어서 그의 작품전이라기보다 인간 고흐 전시회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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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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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이번 전시회는 대단히 친절합니다. 연대기적인 나열 방식이 아니라 테마 전시회로 다양한 주제를 설정한 다음 대중들의 일반적인 궁금증에 답하는 형식으로 고흐 작품의 비밀들을 풀어갑니다. 그동안 몇 차례 경험한 고흐전 가운데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체계적일 뿐 아니라 회화의 배경과 인물, 색채, 시기 심지어는 장소, 오브제까지도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고흐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학술적으로도 몹시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60점도 넘는 고흐의 회화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다 만나기란 앞으로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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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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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도저히 그 삶과 영혼을 분리할 수 없는 화가, 지난 수요일은 강렬하고 매혹적이고 어질어질 하고 슬픈 그의 자화상 앞에서 몹시 아팠지만 또 행복한 오후였습니다.</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