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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1">독일 유학 시절인 80년대 중반 뮌헨의 한 가톨릭 신부가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와 그 지역신문에 기고한 여행담을 보며 몹시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는 2주간 한국에 머물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을 여행하는 동안 최소한 세 번 이상의 험악한 거리싸움을 목격했노라며 아직도 한국 사회는 많이 불안정하고, 한국민들의 정서는 호전적이며, 누구나 정치 사회적 욕구불만에 가득차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싸우는 모습은 지금도 그때나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제 그제 동영상까지 공개되어 모두가 경악한 30대 치과의사와 60대 여성 환자간의 난투극과도 꼭 같습니다. 서로 뺨을 때리고, 달라붙어 물고 뜯고, 옷을 당겨 찢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고래고래 악을 쓰다 입에도 못 담을 욕지거리로 갖은 저주를 다 퍼붓습니다. 한 쪽이 몸을 빼려 해도 쓰러진 채로 다리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면서 절대 놓는 법이 없습니다. 외국인들은 그런 장면을 보면 신기한 듯 넋을 잃고 구경하며 사진까지 찍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거리에서 싸우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저는 그곳에서 10여년을 살며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역시 권투식으로 싸웁니다. 영화에서 보듯 먼저 웃옷을 벗고 권투 포즈를 취하며 몇 차례 주먹이 오가다 한 쪽이 쓰러지면 일단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계속하지 쓰러진 사람을 덮치거나 또 한 쪽이 계속 싸울 의사가 없으면 그것으로 끝나지 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늘어지거나 무지막지한 언어폭력으로 상대를 모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게 과거 그들의 기사도 정신의 유산일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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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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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lt;훼어 플레이&gt;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운동경기나 혹은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할 때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할 신사도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양상은 늘 부끄럽고 추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계도 교계도 저 거리의 싸움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런 룰도 없고,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동원하며 그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않습니다. 무조건 이기면 그만이고 꿩 잡는 게 매라는 논리입니다. 진 쪽도 마찬가집니다. 절대 승복하지 않습니다. 두고두고 보복하고 끝까지 따라가며 발목을 잡습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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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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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루터는 거대한 권력조직인 중세 가톨릭과 싸우면서도 결코 가톨릭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싸움이 곧 가톨릭을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참과 진리를 위한 프로테스트라고 하면서 증오를 무기로 삼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미 자가당착에 빠진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타락한 종교의 무자비한 악의에 맞서 싸우면서도 끝까지 불의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목사, 그것도 그 교단 총무란 사람이 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뽑아들고 &lt;나 총 가졌다!&gt;며 총대들을 위협하는 교계나 여전히 네거티브 선거전에만 올인하고 있는 우리네 대선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훼어 플레이 정신입니다. 미국 같은 나라도 대선 때마다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는 정책과 신념을 둘러싼 공방이지 후보의 아버지나 상대당의 전임 대통령의 행적까지 파헤쳐가며 무차별로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대선전은 정책대결이나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토론은 전혀 없고 오로지 과거사 공방이 전부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심판 받아야 할 후보들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는 의혹,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정수장학회 논란 등 5년 전, 50년 전의 과거사로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아까운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이번 대선전처럼 철저하게 반미래지향적인 선거에 매몰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너무도 한심하고 허탈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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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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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p2">저는 올림픽이나 전국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이 훼어 플레이를 다짐하는 선서식을 갖듯 대선주자들도 그렇게 유권자들 앞에서 훼어 플레이를 약속하는 제도를 강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진흙탕 개싸움에 넌더리가 난 탓입니다.</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