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d": "xe-10248",
  "title": "기도의 계절",
  "authors": [],
  "category": "column",
  "dates": {
    "registered_at": "2012-09-08T10:39:06",
    "original_updated_at": "2012-09-08T10:39:06",
    "published_on": null,
    "delivered_on": null
  },
  "tags": []
}
---
<!-- paragraph:p0001 -->
<p class="p1"><span>아침 해 뜨는 시간이라면 몰라도 어둑어둑해지는 황혼녘에 뱃길을 나선다는 것은 웬만큼 급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을 일입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제자들에게 &lt;바다 저편으로 가자&gt;고 하셨고, 제자들도 별 다른 이의 없이 주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날씨가 그닥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곧 거센 바람이 불고 큰 파도가 일어 순식간에 배가 뒤집힐 것 같은 경각의 위기에 몰린 것입니다. 제자들은 당황하여 아우성을 쳤습니다. 졸지에 맞닥뜨린 바람과 파도 앞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바다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 노련한 뱃기술 따위가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고 일기를 예측하는 능력도 우스운 꼴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토록 심한 파도가 배를 때리며 물이 들어와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진 와중에도 주님은 파도의 충격이 가장 심했을 배 고물에서 마냥 주무시고만 계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낮 동안 무리들을 가르치시느라 피곤하셨다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대목입니다. 한참 후에야 주님이 그 배에 함께 타고 계신 사실을 깨달은 제자들이 달려가 천연덕스럽게 주무시고 계신 주님을 힐난하듯 깨웠습니다. &lt;선생님, 우리가 다 죽게 됐는데도 그렇게 주무시기만 하십니까?&gt;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나신 주님이 황급히 &lt;잠잠하라 고요하라&gt;며 바람과 파도를 잠재우시고 나서 뜻 밖에도 다시 제자들을 책망하셨습니다. &lt;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이렇게도 믿음이 없느냐&gt;(막 4:40).</span></p>
<span>
</span><!-- paragraph:p0002 -->
<p class="p2"><span><br></span></p>
<!-- paragraph:p0003 -->
<p class="p2"><span>그렇습니다. &lt;무서움&gt;이 문제입니다. 그게 바로 위기 앞에서 믿음을 꺾는 적이요 소망의 불을 끄는 바람이자 신앙의 배를 가라앉히는 파도며 기도의 능력을 가로막는 칠흑 같은 밤바다입니다. 무섭다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내 운명의 배에 함께 타고 계신 주님을 온전히 믿지 못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님은 여기서 바다 저 편까지 우리를 탈 없이 건너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오직 두려움 없는 믿음뿐이라는 사실을 계시하신 것입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파도 앞에서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담력,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 몰아치는 파도에도 불구하고 노 젓는 힘이 약해지지 않도록 격려하는 지도력, 사람의 힘으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할 때 담담히 그 순간을 하나님께 맡기는 과감한 결단, 이런 것들이 다 밤바다를 건너는 우리들의 필수 덕목인 믿음이라는 것입니다.</span><span> </span></p>
<span>
</span><!-- paragraph:p0004 -->
<p class="p2"><span><br></span></p>
<!-- paragraph:p0005 -->
<p class="p2"><span>지금도 뱃길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가고 있는데 우리를 위협하는 경제적 파고는 좀처럼 잦아들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바람에 쉽게 날리거나 파도에 허무하게 무너질 것들을 붙잡고 거기에 의지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지금도 저 배 고물에서 주무시고 계신 주님을 깨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올해도 우리가 바다 저편으로 무사히 건너갈 수 있는 최선의 비책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반드시 우리가 깨워야 일어나십니다. 그리고 &lt;잠잠하라 고요하라&gt;며 풍랑을 평정하십니다.</span></p>
<span>
</span><!-- paragraph:p0006 -->
<p class="p3"><br></p>
<span>
</span><!-- paragraph:p0007 -->
<p class="p2"><span>갓 볶아낸 커피 향 같은 가을, 가을은 무엇보다도 기도의 계절입니다.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 기독교 문학의 새 지평을 연 김현승 시인의 &lt;가을의 기도&gt;입니다.</span><span> </span></p>
<span>
</span><!-- paragraph:p0008 -->
<p class="p4"><span><br></span></p>
<!-- paragraph:p0009 -->
<p class="p4"><span>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span></p>
<!-- paragraph:p0010 -->
<p class="p4"><span>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span></p>
<!-- paragraph:p0011 -->
<p class="p4"><span>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span></p>
<!-- paragraph:p0012 -->
<p class="p4"><span><br></span></p>
<!-- paragraph:p0013 -->
<p class="p4"><span>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span></p>
<!-- paragraph:p0014 -->
<p class="p4"><span>오직 한 사람만을 택하게 하소서</span></p>
<!-- paragraph:p0015 -->
<p class="p4"><span>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span></p>
<!-- paragraph:p0016 -->
<p class="p4"><span>시간을 가꾸게 하소서.</span></p>
<!-- paragraph:p0017 -->
<p class="p4"><span><br></span></p>
<span>
</span><!-- paragraph:p0018 -->
<p class="p2"><span>이 가을, 주무시는 주님을 깨우는 당신의 처연한 기도가 제발 바람과 파도를 잠재우고 우리 모두의 안전한 뱃길을 보장하는 아름다운 축복의 열쇠가 되길 빕니다.</span></p>
